주택문제는 주택 정책으로 풀고 출산문제는 복지정책으로 해결해야

정부가 모처럼 ‘맞춤형 주택정책’을 내놓았다. 신혼부부용 주택공급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수도권과 광역시에 거주하는 34세 미만 여성으로 결혼 3년차 이하인 신혼부부 중에서 청약저축 가입 무주택 세대주에게 출산 후 1년 이내에 주택을 우선 공급한다는 것이 정책의 내용이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소형 분양주택, 지분형 분양주택 등 다양한 유형으로 연 12만호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정책은 떨어지는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한다. 고령화와 함께 저출산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발목 잡는 사회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정책을 통해서라도 이를 해결해보자는 의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곰곰이 들여다보면 생뚱맞은 정책이란 감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공급 대상인 신혼부부를 정의하거나 출산율을 높이고자 하는 정책 관점이 시대착오적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결혼하는 여성의 대다수가 34세 이전에 한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결혼 연령이 늦어지거나 대안적 결혼방식(예를 들면 동거, 미혼모)을 통해 자녀를 양육하는 경향도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결혼을 한다고 해도 고용관계의 유지, 보육의 어려움,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적기에 자녀를 가지지 못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혼과 재혼 등 결혼관계의 변동 속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풍경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결혼과 자녀 출산의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은 여성들의 개인적 의지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역할을 그렇게 규정하는 사회 상황에 의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그대로 둔 채 가부장제 하의 결혼과 출산 방식을 전제하는 ‘신혼부부용 주택공급정책’은 다원적 삶의 방식을 누릴 수 있는 여성들의 권리를 사실상 앗아가는 것이 된다. 이 정책이 생뚱맞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만약 출산율 증가가 목표라면 이를 가로막는 사회적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이치에 맞는 정책이다. 가령 출산 후의 안정적인 고용관계 유지, 일을 가진 엄마를 위한 보육시설의 확대, 양육에 대한 경제·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의 다양화, 대안적 결혼방식에 의해 출산된 자녀의 보육 및 양육에 대한 특별 지원, 연령대에 관계없는 출산지원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사회적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주택공급만 골백번 늘려봐도 출산 증가는 미미할 것이다. 신혼부부용 주택공급은 이 점에선 출산 관련 복지정책의 실패를 주택정책으로 떠넘기는 꼴이다.

생뚱맞은 것은 주택정책으로 돌아와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주택분양제도는 ‘청약 가점제’를 중심으로 한다. 무주택가구가 유리하도록 점수를 보태줘서 주택을 우선적으로 분양받도록 하는 제도다.

신혼부부용 주택의 우선공급은 이 제도의 원칙과 근간을 흔든다. 신혼부부들은 현재의 청약 가점제 하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만약 신혼부부의 출산장려가 정책 목표라면, 이들의 가점을 특별히 부여하는 길을 청약 가점제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말하자면 주택문제는 주택정책으로 먼저 풀어야 하고, 반대로 출산문제는 복지정책으로 우선 풀어야 한다. 잘못된 정책의 섞임은 어느 정책의 성공도 보장하지 못한다. 신혼부부용 주택공급은 공공정책으로의 논리와 정당성이 그만큼 약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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