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정책 정체성을 되묻는다
여성정책 정체성을 되묻는다
  • 차인순 /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
  • 승인 2008.03.28 11:21
  • 수정 2008-03-28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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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보호주의’남성 역차별 비판 일어
정당한 권리 직설화법으로 말해야
여성정책의 정체성이 다시 의문시되는 시절이다.

군가산점제 부활 논의와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의 와중에 여성정책은 여러 가지 비판에 직면했었다. 그 동안의 여성정책이 “여성 개인의 권력을 추구하고, 화이트 페미니즘을 대변하거나 남성을 적대시하고, 슈퍼우먼 신드롬으로 피로감을 조성하였으며, 남성을 역차별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들을 쉽게 무시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단순한 비난을 넘어 지난 2~3년 동안 사회적 담론의 일부를 형성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들에 대하여 여성정책적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로 할 말이 많겠지만, 지금 그에 대한 설명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이러한 비판들은 결국 한가지 물음, 즉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여성정책은 무엇이었으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로 귀착된다.

여성정책이 일부 사람들에게 불편해지기 시작한 이유는 아마도 오늘날의 여성정책이 ‘여성 보호주의’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성 보호주의’는 우리나라 여성정책의 시작이었으며, ‘여성 보호주의’ 시각에 들어맞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정책은 쉽게 공감대를 형성해왔다.

여성 보호에 대한 사고는 기실 헌법으로부터 출발한다. 1987년 헌법은 한편으로 양성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여성 보호도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주의 시각은 2008년 현재 분화된 여성의 모습과 충돌하면서 혼란만을 야기시키고 있다.

해부학적 성차는 모성 기능이나 근육의 힘을 사용해야 하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차이를 드러낼 뿐이며, 사회계층적으로도 여성들의 분리가 가시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여성 집단은 정치적으로도 분화하고 있다. 때문에 헌법적 여성 보호론에 전제된 단일한 상황에 놓인 ‘여성’은 없으며, 이 단일한 여성에 대한 보호 역시 매우 불분명한 규범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여성정책의 내용이 여성 보호를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영역에 성평등을 통합시키고자 하는 방향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여성 보호주의’ 시각의 정책지원에 길들어 있는 사람들에겐 일종의 모순이자 도전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정책에 대한 비판에 내재한 암묵적인 지적을 놓쳐서는 안된다. 한 여성이 생물학적으로 여성을 대표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여성이 모든 여성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대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소수 여성의 정치·경제적 약진이 대다수 여성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양극화 사회에서 삶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다수 여성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더 하락하며, 안전하지 않음과 침해에 더 노출되게 마련이다. 결국 성불평등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 여성이며, 이들의 빈곤과 침해의 악순환이 문제의 핵심임을 여성정책은 놓쳐서는 안된다.

이제는 더 이상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모호하게 뭉뚱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원래 말하고 싶었던 성평등과 모성권리, 그리고 폭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직설화법으로 이야기해야 한다. 또 정치·경제 고위직에 여성을 늘리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이 궁극적으로 누구의,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답해야 한다.

생물학적 여성의 대표성이 여성주의적 대의성을 자동적으로 담보하지는 않는다. 여성계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초당적인 여성후보 공천을 위해 뛰었던 맑은넷 운동을 18대 총선에서는 하지 않기로 한 이유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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