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이중차별 해소 청신호

오는 4월11일부터 장애인 차별을 범죄로 명문화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이 시행된다.

장애인의 교육권과 이동권은 물론, 장애여성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별도조항을 마련해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을 받아온 장애여성의 지위와 권리를 증진시켰다는 평가다. 또 장애인에 대한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차별행위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법적 실효성도 높였다. <표 참조>

그러나 법 집행과 진정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태부족인 데다 시행령도 아직 마련되지 않아 ‘부실’ 집행에 대한 우려가 높다.

장차법에 따르면 법 집행에 관한 업무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총괄하고, 권리구제 업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담당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기존 ‘장애인정책팀’ 업무를 ‘장애인정책과’와 ‘장애인권익증진과’로 확대 개편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당장 장애인 차별 진정업무를 담당할 별도의 인력을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20명의 추가인력을 뽑기로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끝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 증원이 ‘올 스톱’됐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기존 차별시정본부 내 장애차별팀 5명이 추가업무까지 모두 소화해야 할 형편이다.

복지부 역시 준비가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법이 통과된 후 1년여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대선과 정부조직개편 등으로 업무 정비가 늦어진 까닭이다.

시행령과 조례도 복지부와 장애인단체들이 편의제공 시설 범위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장추련)는 인력 증원과 별도 추진기구 구성을 골자로 한 국가인권위법 개정운동을 벌이는 한편, 4월11일부터 일주일간 장애인 당사자의 진정을 일괄 접수하는 여론 조성운동도 적극 펼칠 계획이다.

박옥순 장추련 사무국장은 “장애인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회적으로는 장차법에 대한 홍보가 미흡해 쌍방 충돌이 우려된다”며 “장애인 차별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도 4월13일까지 ‘장애인 차별금지에 관한 UCC 동영상 공모전’을 개최하고,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는 장차법 제정을 위한 투쟁과정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해 장차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모을 계획이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장차법 제정의 의의와 주요 내용,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리기 위해 지난 19일부터 4월4일까지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 광주·전남, 전북, 제주지역 등을 순회하는 장차법 설명회를 개최한다. 지역공무원과 시민단체, 장애 관련자 등을 대상으로 한다.

또 지난 14일부터는 강원래씨를 주인공으로 한 라디오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여성 관련 주요 조항
제5조(차별 판단) : 차별 여부를 판단할 때 장애인 당사자의 성별, 장애의 유형 및 정도, 특성 등을 충분히 고려.
제28조(모·부성권의 차별 금지) :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의 피임·임신·출산·양육 등의 실질적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정보·활동보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보조기기·도구 개발 등 필요한 지원책 마련.
제29조(성에서의 차별 금지) : 모든 장애인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짐. 장애인이 성생활을 향유할 기회의 제한 및 박탈 금지.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를 이유로 한 성에 대한 편견과 관습, 그 밖의 차별 관행을 없애기 위한 홍보·교육 실시.  
제33조(장애여성에 대한 차별 금지) : 장애여성의 임신·출산·양육·가사 등을 장애를 이유로 강제 또는 박탈하는 행위 금지. 장애여성 근로자에게 장애유형 및 정도에 따른 수유 지원과 직장보육서비스 이용 등 필요한 편의 제공 거부 금지. 성폭력 예방교육에 장애여성에 관한 내용 포함.  
제6장(벌칙) : 악의적인 차별행위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시정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는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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