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맞는 프로그램·교원 필요

지난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안한 ‘영어 공교육 완성 실천방안’을 둘러싼 논란이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영어영문학 교수들이 영어 공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을 내놓았다. 영미문학연구회는 지난 15일 이화여대 교육관에서 ‘영어 공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정기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발제자들은 새 정부가 내세운 영어 공교육 목표의 비현실성을 제기하며 “영어와 한국어, 듣기·말하기·쓰기·읽기가 조화된 균형잡힌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지금의 영어 교육정책은 공교육을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교육적인 목표가 과장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장 영어 수업시간을 2배로 늘린다고 해도 학생들이 외국인과 의미있는 소통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듣기와 말하기만 강조하는 현재의 영어 교육정책이 고등교육에서 필요한 영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린다”면서 “균형잡힌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어만을 중요시함으로써 한국어 교육에 소홀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김명환 서울대 영문학과 교수는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은 영어라는 단일종목 경기가 아니라, 영어와 한국어의 이종경기”라며 “한국어 구사능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영어능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역설했다. 원어민 교사 확대보다 필요한 것은 한국인에게 적합한 영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질 높은 한국인 영어교원을 양성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영어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가중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영어 교육 강화의 근거로 우리나라의 토플 성적이 핀란드나 인도 같은 나라보다 떨어지는 것을 말하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동현 전국영어교사모임 사무국장은 “필요한 사람들만 토플시험에 응시하는 외국과 달리 영어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진 한국인들이 과도하게 시험에 응시했기 때문에 평균점수가 내려간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영어 몰입교육의 문제점, 원어민 강사의 과도한 유입, 영어 조기교육의 비효율성 등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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