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수지정석’등 생활 속 배려 인상적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글을 보면 “우리는 누구나 여행자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여행을 온 것이다. 더 배우고 더 경험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처럼 우리가 정말 여행자라면 군대라는 곳은 더 배우고 더 경험하고 더 성장하기 위한 최적의 여행지가 아닐까 싶다. 여성신문사와 육군본부에서 주최한 이번 병영체험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까지 나에게 ‘군대’란 단지 ‘남자들의 의무사항’일 뿐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군대와 관련된 여러 사건들로 보았을 때 군대가 밝은 곳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한마디로 내가 갖고 있던 군대 이미지는 그야말로 ‘척박한 곳’이었다. 군대를 가기 전에는 다들 가기 싫어했고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다시는 안가고 싶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현재의 군대는 달랐다. 이틀간의 체험 속에서 많은 세심한 배려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으며 그 중에서 몇 가지는 ‘정말 군대에서 행해지고 있는 게 맞는 것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기존에 갖고 있던 군대 이미지와 달랐다.

일례로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았는데 ‘좌수지정석’이라고 쓰여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당연히 ‘높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인 줄 알았지만 왼손잡이를 배려한 자리였다. 그밖에도 초코파이를 쌓아올려 만든 생일케이크, 사물함에 써놓은 자신들의 꿈과 계획들도 감동적이었다.

계속 좋아지고 있다지만 아직도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에서 생활하는 군인들도 많다고 한다. 실제 방문해본 군 시설의 경우에도 여전히 비좁고 열악했다.

그런데 그 시설에서 지내는 군인들이 가장 단결력도 좋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장미나무에 가시가 있다고 투덜대지만 나는 가시나무에 장미꽃이 달린 것에 감사한다’는 알퐁스 카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질병은 사람들의 무관심으로부터 생긴다고 한다. 이 땅의 젊은이들이 군에서 보내는 2년이 죽은 시간이 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힘이 되고 격려가 된다는 대위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새로운 여행지에서 헌신하고 있는 그들에게 편지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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