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화적 정부 정책 여성 외교관 키웠다

 

왼쪽부터 제니 메이슨, 스테파니 오이켄스, 에바노 팔렉 믹미켄, 타냐 설리반, 메리제인 리디코트.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왼쪽부터 제니 메이슨, 스테파니 오이켄스, 에바노 팔렉 믹미켄, 타냐 설리반, 메리제인 리디코트.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최근 주한 호주대사관에 ‘여풍’이 불어닥쳤다. 지난 1월 에바노 팔렉 믹미켄 경제참사관 부임으로 주한 호주대사관의 서기관급 이상 외교관 20명 중 여성이 8명으로 40%에 이르게 됐다.다른 대사관과 비교해도 높은 여성 비율이라고. 박정연 주한 호주대사관 정보기획관은 이미 3명의 여성공사를 배출할 만큼 여성들의 활동이 활발한 곳이 호주대사관이라고 설명했다.

외교계 ‘여풍’을 주도하는 호주 여성외교관들, 메리제인 리디코트 교육과학참사관, 에바노 팔렉 믹미켄 경제참사관, 타냐 설리반 이등서기관(경제·정치담당), 제니 메이슨 삼등서기관(정치담당), 스테파니 오이켄스 삼등서기관(경제담당) 등 5명을 만나 이들의 한국살이를 들어봤다.

호주대사관의 여성외교관 비율이 높아진 것은 특별한 우대조치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리디코트 참사관은 “고용에 있어 남녀에 차별을 두지 않는 호주의 사회 분위기 때문인 듯싶다”고 답변했다. 한국 거주 경험이 가장 긴 그는 2000년부터 한국에 거주하며 3년간 정치담당 일등서기관으로 근무했으며 한국 남성과 결혼한 후 호주로 돌아갔다가 다시 교육참사관을 맡아 서울에 오게 됐다.

세계 여러 나라들 중 이들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호주의 경우 발령지 배정에 본인의 선택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은 호주에 있어서 제3위의 시장입니다. 경제학자로서 한국의 경제성장에 큰 관심을 가졌구요. 오기 전에 한국 경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는데, 직접 와보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다이내믹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팔렉 믹미켄 참사관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다 실제 경제정책에 참여하고 싶어 외교관이 되었다. 앞으로 한국·호주간 경제협력 및 FTA 협정 관련 업무에 참여할 예정이다.

메이슨 서기관은 한국에 오기 전 대만과 중국에서도 근무했었던 아시아통이다. 서울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오이켄스 서기관은 “원래 유럽 전공이었으나 아시아가 부각되는 시대라 생각해서 한국을 선택했다”고 답변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가장 놀랐던 건 모든 가족들이 엄마의 직장을 따라 한국에 함께 왔다는 점이었다. 여성외교관이 해외로 부임할 경우 ‘기러기 가족’으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와는 너무 다른 현실이었다.

“남편에게 전업주부 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팔렉 믹미켄 참사관의 얘기는 더욱 놀라웠다. 호주에서 의사였던 남편은 한국에 오면서 “최소한 6개월간은 절대 일을 하지 않고 쉬겠다”고 선언했단다. 그는 온 가족이 한국 부임을 하나의 ‘전환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이켄스 서기관은 “외교관은 해외 근무가 잦다는 것을 가족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한국에서 몇년 지낸 후엔 남편의 일을 위해 다시 호주로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신을 희생한다는 생각보다 부부가 서로의 일을 존중하며 기회를 주고받는 문화가 부럽게 느껴졌다.

호주의 이런 가족중심적인 문화는 국가 정책에 의해 지원받고 있다. 언제든지 출산휴가를 받고, 출산 후에는 원하는 때에 복귀할 수 있는 등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정책도 잘 갖춰져 있다. 얼마 전 쌍둥이를 출산한 설리반 서기관은 직장에 아이를 데려와 일한 적도 있다고. 그에 비해 한국의 일하는 엄마들은 항상 시간에 쫓기며 휴일도 없이 일하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리디코트 참사관은 “이민자를 환영하는 호주는 여러나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사회이기 때문에 20여년 전부터 각 분야에서 유연성 있는 정책들이 만들어졌다”고 호주 사회의 독특한 분위기가 생겨난 배경을 설명했다.

“부모는 일터에서 새벽까지 일하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시달리며 하루에 4~5시간밖에 못자는 한국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영어교육을 위해 가족이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 현상은 슬프게까지 느껴지구요. 한국 사회도 모든 면에서 좀더 ‘유연성’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2008년도의 한국을 바라보는 이들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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