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트렌디 드라마’의 정체는
‘주부 트렌디 드라마’의 정체는
  • 정주아 객원기자 remaincool@dreamwiz.com
  • 승인 2008.03.21 10:25
  • 수정 2008-03-21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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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조강지처 클럽’ vs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구태의연한 신데렐라 공식 식상…‘아줌마’왜곡 이미지 고착 위험

한창 청춘인 이에게만 신데렐라 신드롬이 유효한 것은 아니다. 생활의 고단함이 얼룩처럼 여기저기 묻어 있는 30~40대들에게도 신데렐라 신드롬은 여전하다. 적어도 두 공중파 방송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주말 드라마 자리를 꿰차고 앉은 두 드라마를 보면 말이다. 여기에 더해 ‘최초의 주부 트렌디 드라마’라는 거창한 타이틀 아래 ‘아줌마’의 감성을 어루만지고 대리만족을 주겠다는 투철한 사명의식을 내세우기까지 한다. 과연 이런 시도가 지금 2008년, 현실 속 ‘아줌마’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SBS TV ‘조강지처 클럽‘의 한복수와 나화신.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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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이후 줌마렐라의 삶

“가정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고 있는 조강지처의 고통을 생생히 그리며, 가정의 진정한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는 SBS TV의 ‘조강지처 클럽’(손정현 연출, 문영남 극본)과 “러브 로망을 꿈꾸는 중년여성들에게 바친다”는 MBC TV의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태곤 연출, 문희정 극본).

후자의 경우 방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청률을 따지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전자 ‘조강지처 클럽’의 경우 초반부의 부진을 만회하고 최근 30%대에 육박하는 시청률(3월16일 TNS 기준 27.8%) 상승세에 따라 연장까지 확정돼 승승장구 중이다. 그동안 남편과 아버지의 불륜과 구박에 멍들고 맥없이 눈물만 흘리던 여주인공들이 바야흐로 화려한 변신과 새로운 사랑을 예고하고 있는 데 힘입은 바 크다.

매점 종업원 신분에서 헌신과 끈기로 의사와 결혼했으나 옛 연인과 재회해 새로운 사랑을 벌이는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던 한복수와 여고시절 첫사랑과 결혼해 일단 꿈은 이루었으나 외제차 외판원인 남편 한원수의 노골적인 외도와 무차별적 폭언으로 이혼당하고 아들과도 헤어진 나화신. 이들은 ‘왕자를 만난 신데렐라, 그 후는…’에 대한 판타지 없는 현실을 대변하는 듯하다.

그러나 복수는 동병상련의 남성으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듬뿍 받아 새롭게 ‘여자’라는 사실에 가슴 두근거리고, 화신은 생계를 위해 의류매장에 근무하게 된 것을 계기로 훈남인 미혼 본부장 구세주의 눈에 들어 야비한 전 남편을 향해 통쾌한 복수전을 펼치게 된다.

원했던 ‘결혼’으로 오히려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갔던 신데렐라들이 우연한 계기에 새로운 왕자들의 출현으로 다시 어둠 속을 걸어나와 ‘줌마렐라’(아줌마+신데렐라)로 부활하게 된다. 덩달아 시청률도 다시 살아난다….

현재의 추세를 보면 중년여성판 하이틴 로맨스를 표방하는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부유한 가정에서 킹카로 자라 남부러울 것 없었던 ‘공주’ 홍성희. 구색을 맞춰 성공한 결혼을 한 듯했으나 시집살이에 남편의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생활에 찌들어만 간다. 성희의 처지는 아직도 한창인 39세 나이에 ‘조기 폐경’이란 진단을 받는 것으로 적나라하게 상징화된다.

아르바이트를 위해 억척스럽게 방송국을 누비던 어느날 우연히 여고시절 첫사랑으로 지금은 톱스타가 돼 있는 송재빈과 해후하고,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줌마렐라 스토리를 써나가게 된다…. 이때쯤 되면 초반 기대 이하의 시청률 만회도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제발 아줌마 비하말라” 시청자 비난

두 드라마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아줌마의 고단한 삶과 구질구질한 이미지는 ‘줌마렐라’의 효과도 시청률 상승을 노리는 고도의 상업적 전략임을 간파하게 된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고교 시절 아시안게임 홍보 도우미를 할 정도로 미모가 뛰어났던 성희에게 재빈이 퍼붓는 ‘폭탄’, ‘광년이’ 등의 비하는 후에 그와 이루어질 로맨스를 생각하면 대단히 극적인 장치임에 틀림없다. 기존 신데렐라 드라마를 이처럼 살짝 비틀어 만들어낸 ‘줌마렐라’라는 변주가 새로운 성공 공식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

‘시청률’이란 통계수치로만 나타나는 획일적 잣대를 벗어나 시청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면 그리 낙관적인 예측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들 두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벌써부터 줌마렐라 드라마 공식의 식상함과 현실성 결핍을 꼬집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조강지처 클럽’에 대해 ID 2001vkfksskf라는 네티즌은 나화신을 빗대어 “겉만 화려하게 변해버린 모습, 그것도 구세주라는 남자 덕에”라고 지적하며 “씁쓸하다”고 말한다. ID sj03299는 “요즘 어떤 아줌마가 그렇게 저자세이며 푼수같이 구는가”라면서 “제발 아줌마 비하 좀 하지 말라”고 간청한다.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대해 ID CSH1730은 “학창시절 이름 날린 CF 모델이 어떻게 결혼해서 살림한다고 저렇게 변할 수 있느냐”며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이라고 비판한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아직도 드라마에서 여성의 모습은 왜곡되고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전제하며 “오히려 현대 드라마일수록 여성은 남성들의 도움을 통해서만 일어설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강하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여성상의 재발견이라는 관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황진이’ ‘소서노’ ‘태왕사신기’ 등의 사극 속 여성들이 더욱 더 자아정체성과 독립심, 개성을 강하게 표출했다는 설명이다. ‘태왕사신기’ 초반부에서 후에 ‘기하’로 환생하는 ‘가진’은 남자와의 사랑보다는 자존심을 위해 “나 스스로 왕이었다”고 선언한 후 죽음을 택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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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가부장적 태도에 시청자 비판의식 가져야

여성이 ‘인간’ 대접조차 받기 어려웠던 고대에는 21세기 파워우먼의 옷을 입히고, 금녀·금남의 경계선이 모호해질 정도로 여성의 진출이 왕성한 지금, 우먼파워의 시대엔 중세의 가녀린 여성상을 덧입힌 드라마 속 장치는 너무나 역설적이다. 아니면 너무나 독립됐기에 그에 비례한 기대와 짐에 허덕이는 현대여성들에게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된 장치인가.

“작가와 연출자들의 가부장적 인식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미디어비평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지만, “그냥 속 편히,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만 싶다”는 이유로 여성들이 이들 줌마렐라에게 열광하는 한 구태의연한 줌마렐라 드라마의 수명은 의외로 길게 연장될 것이다.

이에 더해 미디어가 정형화시킨 아줌마 이미지는 나날이 희화화되고 왜곡된 모습으로 고착될 것이다. 가족 이기주의에 억척스럽고 뻔뻔하며 여성적 매력을 상실해버린,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의 ‘아줌마’란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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