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TV를 보지 않는 이유
내가 TV를 보지 않는 이유
  • 박정원 /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3.21 10:23
  • 수정 2008-03-21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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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 집에 있는 TV를 없앴다.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하다보니 덩치 큰 TV가 부담스러웠고, 또 중·고생인 두 딸이 늘 TV의 유혹으로 고통스러워했기 때문이다.

TV도 한번 빠지면 호환마마보다 무섭고 도박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그래도 TV를 없애지 못했던 이유는 정보·교양·오락의 효용성 면에서 TV의 비중이 컸고, 특히 ‘TV를 안보면 아이가 학교에서 대화에 끼지 못한다’는 남들의 얘기가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TV를 없앤 후 아이들은 오히려 더 재미있는 일에 빠져들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며 동영상과 인터넷 곳곳에서 퍼온 뉴스와 교양, 오락정보를 가지고 맘껏 편집하고 수정해 블로그에 올리고 교류하며 즐거워하는 것이다. 직접 찍고 생산해내는 과정을 통해 주체할 수 없는 상상력과 사고력을 활짝 펼치면서 아이들은 TV보다 더 흥미있는 ‘콘텐츠 프로슈머’로서의 재미를 톡톡히 느끼고 있다.

TV가 없어서 그렇게 된 건지 시대가 바뀐 건지 모르지만, 몰입의 정도를 보면 흥미의 강도가 TV보다 훨씬 센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의 세계를 기웃거리며 덩달아 부모인 나도 ‘소비에서 생산으로’ 아이들과 같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즐기는 시대를 살게 됐다.

꼭 직접 만들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고르고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재미는 TV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제 TV는 우리 가족의 삶에서 ‘원 오브 뎀(one of them)’ 즉 주변부로 지위가 하락되었다.

TV가 없으니 가족들은 이제 식탁에서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다. 마주보니 대화하고, 대화를 하다보니 각자가 전쟁 같은 하루를 살아낸 얘기는 TV보다 재미있다.

시간 활용에 대한 관심분야도 다양해졌다. 집 앞 서점에 가서 1~2시간 책을 읽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DVD를 빌려서 포터블 플레이어로 영화감상을 한다. 주말에는 가끔 영화관에 간다. 남편은 뉴스와 즐겨 보는 사극을 소형 DMB폰을 이용해 본다. 인터넷과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인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루트가 다양화됐다.

TV를 없애고 나서 아이들은 새롭고 더 넓고 창의적인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TV를 끄고 가족의 삶의 질과 정신세계가 훨씬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 가족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되찾게 되었으며, 블로그나 UCC를 통해 가족구성원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매개체를 갖게 되었다. TV를 통제하지 않아도 이제는 우리 가족 스스로 더 신나는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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