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교수, 강단으로 돌아왔다
성추행 교수, 강단으로 돌아왔다
  • 주혜림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3.14 14:22
  • 수정 2008-03-14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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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제자 성추행 K교수…지난 10일 전공수업 재개
학교측, 8년 학생시위 외면·‘무혐의’ 앞세워 수업배정

 

K교수의 수업배정 철회와 교수직 해임을 요구하며 침묵시위 중인 D대학 사회학과 학생들.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K교수의 수업배정 철회와 교수직 해임을 요구하며 침묵시위 중인 D대학 사회학과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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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우리들의 캠퍼스, 성폭력 위험지대’, ‘K교수 없는 평등한 강의실’…

8년 전 일본인 제자를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D대학 사회학과 K교수가 다시 강단에 섰다. 학생들은 K교수의 수업 배정 철회와 교수직 해임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8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K교수는 지난 10일 한 전공과목의 첫 수업을 타과 학생 10여명과 함께 시작했다.

그는 8년 전 사건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언급도 없이“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성폭력을 행사한 교수를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제재방안 마련의 필요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번 K교수의 수업 재개는 대학 학사지원본부의 개입에서 비롯됐다.

수업 배정 권한이 있는 학과장과 사회학과 교수 일동이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K교수에게 강의 배정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학사지원본부가 사회과학대학장에게 K교수에게 강의를 배정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복무규정 제7조 6항에 명시된 바 ‘모든 교원은 주 9시간의 교수시간…’의 의무규정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 또 학생들의 학습권은 전적으로 수강신청한 학생들에게 있으므로 수강 여부를 판단할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D대학 학사지원본부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은 공문 발송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K교수가 성추행으로 인해 민사소송에서는 패했지만, 형사처분을 받아야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게 학교 규정”이라며 “공평한 강의 배정이 이뤄지도록 행정처리를 한 것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교수 성폭력 근절을 위해 8년을 싸워온 학생들의 입장은 다르다. 사회학과 학생회장 김정원(21)씨는 “학교가 학칙을 내세워 성폭력의 가해자인 교수를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K교수는 피해자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와 동료 교수를 역고소하는 등 교수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질을 상실했다”며 “이런 교수에게 20년 근속상까지 주며 수업 배정을 지시한 학교는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시간이 흘렀다고 사건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며, 잘못된 학칙이라면 옳게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피해 학생을 도왔다는 이유로 2002년 K교수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던 학과장 J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J교수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성추행 교수의 강의를 듣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은 대학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며 8년을 넘게 K교수가 교수직을 유지하고 수업까지 재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처분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성추행 사실이 전면 인정됐기 때문에 교수로서 강단에 설 수 있는 자격은 이미 잃었다”며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엄격한 잣대가 학내에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대부분의 학교는 형사고소가 된 사건의 경우 더 이상 학내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지만, 성폭력 피해로 인해 가해자가 형사처분을 받는 사례는 굉장히 적다”며 이를 위해 용어의 정의, 피해자 보호조항 여부, 규정의 적용대상, 관련자 자격규정, 조사위원회 운영규정 등 관련 학칙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교육당국도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여성민우회 유경희 대표는 “성폭력 교수에게 학교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내려도 교수들이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해 판결이 뒤집히는 사례가 많다. 성폭력 사건이 가지는 특수성을 고려해 재심 대상에서 ‘성폭력 사건’은 제외돼야 하며, 최소한 위원회에 성인지적 관점을 갖춘 외부 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K교수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D대학 징계위원회는 K교수에 대해 해임 결정을 내렸었지만,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직 1개월로 처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D대학 성추행 K교수 사건의 전말



D대학 사회학과 K교수의 사건은 지난 2000년 7월5일 발생했다. (본지 639호 보도)

일본에 교환교수로 가게 된 K교수가 교환학생으로 왔던 일본인 제자 M씨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간 뒤 가슴을 만지고 강제로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 이후 학교측 징계위원회는 ‘교원으로서 부도덕한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교수직 해임을 결정했다. 하지만 교육부 산하 교원징계재심의위원회(현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정황상 성추행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물증이 없다’면서 1개월 정직으로 징계를 감경시켰다.

이에 M씨는 2001년 7월 K교수를 형사고소했고, 같은 해 9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오히려 K교수는 다음해에 피해자인 M씨와 M씨를 지원했던 동료교수 J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역고소(J교수 무혐의, M씨 고소 취하)했다.

2004년 피해자 M씨는 민사소송을 통해 500만원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으며 승소했지만, 대학측은 K교수에게 권고휴직 2년의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결국 2년이 지난 지난해 1학기 K교수는 행정대학원 수업을 맡으며 복귀했고, 올 1학기에는 학과 전공과목까지 맡게 됐다.

특히 이번 K교수 전공과목은 수강인원 미달로 폐강될 뻔했지만 수강 정정기간 마지막 날 경찰행정학과 학생 10명(수강 최소인원)이 수강신청을 하면서 다시 살아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수강생들은 “이미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지 않았나. 학문적 차원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J교수는 “장차 경찰 간부가 될 학생들이 단지 학문을 배우고 싶다는 실용주의적인 사고로 이 수업을 듣는다는 것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법학대학원 K교수의 제자 성폭행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중앙대학교는 최근 반(反)성폭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 학칙 개정안을 만들었다. 개정안에는 ▲조사위원회 구성시 과반수는 여성을, 피해자가 소속된 집단에서 3인 이상을 포함할 것 ▲형사고발되더라도 위원회 활동은 지속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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