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하나의 박물관 같은 나라”
“싱가포르는 하나의 박물관 같은 나라”
  • 김용님 / ㈜인넥스이엔씨 부회장
  • 승인 2008.03.14 10:01
  • 수정 2008-03-14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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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손녀 둘만의 여행
장소 선정·교육적 토론 등 견문+애정 다지기 1석 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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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열살이 된 손녀 예지는 둘도 없는 여행 친구다. 국내 곳곳도 많이 다녀왔지만 예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매년 단둘이 해외여행을 다니자는 계획을 했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함으로써 열린 마음을 갖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낯선 외국에서 짧은 영어지만 할머니가 용기로 부딪히는 모습을 통해 어린 손녀에게 어떤 순간에도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몸소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손녀와 단둘이 떠난 첫 해외여행은 재작년, 일본의 하우스텐보스로의 여행이었다. 할머니와의 해외여행이 마음에 들었는지 지난 겨울에도 방학이 다가오자 어김없이 질문이 날아왔다.

“할머니, 우리 이번 겨울 여행, 어디로 가요?”

“글쎄, 가긴 가야지…. 한번 알아보자. 할머니 일정도 보고 예지 일정도 맞춰보고….”(요즘 초등학교 저학년생도 방학 기간에 학원 3~4곳을 다니는 것 같다. 손녀 일정에 맞추는 게 더 힘들다)

“할머니, 우리 미국으로 가요.”

“미국도 좋은데, 길게 뺄 수 있는 날짜가 없네.”

여행지를 선정할 때부터 손녀와의 토론이 시작된다. 손녀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할머니의 바람이 들어갔다. 어린이와 노인 단둘의 여행이니 안전도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몇번의 의논 끝에 영어권 국가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미국으로 가기는 너무 멀고, 아시아의 영어권 국가 중 안전이나 환경면에서 잘 갖춰진 곳을 찾다가 결정한 곳이 싱가포르였다. 아쉽지만 미국행은 다음으로 넘기기로 했다.

자주 여행을 다니다보니 여행가방을 싸는 데도 둘 다 도사가 됐다. 현지에 가서 그때 그때 적절히 꺼내 입을 수 있도록 티셔츠, 바지, 속옷, 양말을 한벌씩 세트로 지퍼백에 넣고, 수시로 필요한 물건은 가방 앞 큰 주머니에 넣어 쉽게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름의 가방정리 교육이다. 손끝도 야물고 감각도 있는 예지는 할머니 말을 잘 따라준다. 가끔은 고집도 있지만 워낙 모범생 성격인지라 크게 나무랄 일은 하지 않는다.

예지에게 지난 여행의 느낌을 적어보라고 시켰더니 이렇게 적어왔다.

“싱가포르는 작고 조그만 나라지만 우리나라보다 잘 산다. 거리는 깨끗하고 볼 것도 많고 아름답다. 보타닉 가든은 향기로운 꽃, 예쁜 꽃들과 나무, 풀도 많다. 여러 색깔의 말하는 새와 묘기도 재미있었다. 싱가포르는 하나의 박물관 같다. 영어로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어렵지만 조금 알아들을 수 있었고, 싱가포르에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들었다. 할머니와 다니니까 여행이 더 재미있었다. 엄마하고 가면 잔소리가 많아서 있기가 싫었을 것 같은데, 할머니는 깨끗하게만 하면 더 이상 나무라지 않으신다. 다음에도 또 다른 나라에 할머니와 가고 싶다.”

써온 소감이 신통하여 “할머니와 다니니 뭐가 재미있었느냐”고 물으니 “다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배를 타고 싱가포르 강을 따라가며 역사를 듣고 얘기한 것, 발 밑바닥에서 조명이 비치는 분수에서 춤추다가 신발과 옷을 흠뻑 적신 일, 인력거를 타고 차이나 거리 등을 신나게 누비며 설명을 들었던 일, 근처의 인도네시아 바탐과 다리 건너 말레이시아 조호바로도 들르는 바람에 네번이나 해야 했던 입출국 심사까지.

 

‘오차드 가든’에서, 왼쪽이 필자.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오차드 가든’에서, 왼쪽이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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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며 보고 즐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하면서 현지인 누구를 만나도 주눅 들거나 낯가림을 안하도록 했고, 얼굴색이 검으나 희나 모두가 우리 지구 이웃이니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말하고 행동하라고 가르쳤다. 공항에서 생수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거나 호텔 방을 나설 때 침대 정리를 직접 하게 하고 빠진 것이 없나 체크한 후 메이드를 위해 머리맡에 1불을 두고 나오라고 시키는 등 교육 차원에서 일부러 시킨 일들도 있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손녀에게는 “할머니와 가니까 더 재미있었다”라고 다가왔나보다.

내게 있어서도 예쁜 열살짜리 손녀에 맞춰 어린 맘이 되면서 걸음도 가벼워졌다. 또 손녀가 옆에서 본다고 생각하니 말과 행동에도 주의하게 됐고, 때로는 용감한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여행을 끝내고 서울로 출발하던 날, 서울에 눈이 너무 많이 와 항공기가 지연되면서 새벽 1시가 되어서야 싱가포르를 떠날 수 있었다. 늦은 시각 비행기 안에서 예지는 곧 잠이 들어버렸고 손녀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하려다보니 내 몸은 자꾸 한쪽으로 오그라들었다.

잠든 손녀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래, 커가면서 이 모든 걸 기억하고 할머니와의 여행과 거기서 느낀 사랑을 재미있었던 추억으로 얘기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할머니는 이 여행에 행복감을 가질 수 있겠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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