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한인 여성들 자녀교육을 이야기하다
프랑스의 한인 여성들 자녀교육을 이야기하다
  • 장미란 / 여성신문 특파원
  • 승인 2008.03.14 09:50
  • 수정 2008-03-14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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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실패해도 엄마는 널 사랑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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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프랑스 파리의 크롸 니베르 거리에 위치한 한인회관에 파리와 그 근교에 사는 한국 여성들 17명이 모여 재불한인여성회(회장 이부련·파리8대학 언어문화교육학과 연구교수)의 첫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의 주제는 자녀교육. 1990년대 이후 청소년을 둔 한인 가정이 늘어나고 조기유학 열풍으로 인해 청소년 유학생의 수가 급격히 늘어가면서, 모국이 아닌 곳에서의 자녀교육 문제가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대두된 데 따른 것이었다. 프랑스의 한인 부모들이 겪는 자녀교육의 어려움과 특수성을 이해하고,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부모 강박관념 자녀 불행 낳아

먼저 한국의 어머니들이 자녀교육에 임하면서 심리적 긴장을 풀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됐다. 자녀들이 험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알게 모르게 아이들의 즐길 권리를 빼앗아버린다는 것이다.

재불한인여성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부련 교수는 “그동안 아들과 의사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아이의 질문에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어느 날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는 지금까지 나와 함께 산 것이 아니라고. 엄마는 늘 이래라 저래라 요구만 했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재미있게 살고 있는지에 관심을 둔 적이 있느냐고 말이에요.”

인생은 힘든 것이니 아이들만이라도 덜 힘들게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에만 관심을 쏟았던 어머니들. 그러나 프랑스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아름다운 인생을 어떻게 즐기며 살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부모 자식간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가족의 갈등을 야기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한 한국의 어머니들은 공통적으로 “우리가 외국에 살고 있으니 이들보다 뛰어나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자리잡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 그래서 ‘삶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는 정답을 가진 채 아이들과 대화에 임하게 되고, 아이와 의사소통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토론회에서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부모들은 “억압적인 교육제도 하에서 고통을 경험했던 우리 세대가 왜 또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지 모르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 참가자는 프랑스인 선생으로부터 “아이에게 ‘네가 실패해도 너를 사랑할 것이다’라는 말을 꼭 해주라”는 충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선생님에게도 한국 어머니가 아이가 잘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고 강요하는 식으로 비쳐진 것이다.



성장하면서 정체성에 혼란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어머니들은 프랑스인 남편과 사는 여성과 한국인 남편과 사는 여성으로 구별되었다. 이들 가정은 각각 겪는 자녀문제가 달랐다.

한·불 가족의 경우 한국어 습득문제, 두 문화 사이의 통합문제가 보다 중요했다. 1970년대에 프랑스 남성과 사이에서 아이를 낳고 키워온 심승자 교수(파리동양언어문화대학 한국어과)의 일화가 이를 보여준다. 심 교수가 아이를 낳고 키우던 70년대만 해도 프랑스에 한국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다.

“딸아이가 4세 때 유아원 선생님에게 한국과 중국이 같은 나라라는 말을 들은 거예요. 이로 인해 한국인이라는 자기 정체성에 큰 혼란이 왔었지요. 아이들은 커가면서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는데, 엄마는 프랑스 문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무시되는 경우가 많죠.”

한글학교 교사로 일하는 임영리씨의 사례가 다른 부모들에게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그는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후 공부 때문에 늦게 딸을 낳게 된 경우로, 아이가 어릴 때에는 자연스럽게 한국어로 이야기하면서 익숙해지도록 했고, 4세 되던 무렵부터 한글학교에 데리고 다니면서 두 언어와 문화를 충분히 알고 활용하도록 훈련시켰다. 그 결과 11세인 딸은 한국어로도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프랑스인으로 살아가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는 이중언어 가능자가 됐다.

인종차별의 문제 겪기도

백인 사회에서 동양인으로 살아가다보면 인종차별의 문제를 겪게 된다. 남편이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 혼자 프랑스에 남아 아이들을 교육시킨 하효선씨(그르노블 한국문화협회 대표). 그는 한인 가정에서 부모들의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흔히 한인 가정의 경우 자녀들이 친구를 집에 데려왔을 때 그 아이가 백인인지, 흑인, 아랍인인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런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도 인종차별적 태도를 갖게 된다.

그러나 백인 사회에서 한국인들도 이방인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차별을 받고, 심리적으로 상처를 입게 된다. 하씨는 “프랑스처럼 다인종이 살고 있는 사회에서 부모가 절대 인종차별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문화 속 창조적 삶 도와야

프랑스 한인 가정의 자녀들은 일상에서 두 문화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는 아이들에게 한국식의 가치관을 강요할 수도 없으며, 프랑스 문화에 동화하는 것 또한 능사는 아니다. 참가자들은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자녀가 두 문화를 오가며 창조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문화의 장점을 살리면서 프랑스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를 종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부모들의 책임인 것이다.

세계가 하나가 되는 글로벌 시대, 점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다문화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요즘에 프랑스 한인 어머니들의 충고에 더욱 귀 기울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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