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부부 공동 친권·양육자 판결
올해부터 자녀 성·본 변경 가능…소송 늘듯

부모가 이혼해도 자녀의 양육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부부가 이혼할 경우 한쪽에만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주는 것이 관례였다. 이번 판결은 이혼 후 자녀의 성장에 부모 모두가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부터 자녀의 성·본 변경이 가능해져 앞으로 공동친권·공동양육을 요구하는 여성들과 관련된 판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0단독 최정인 판사는 지난 5일 A(31)씨가 남편 B(41)씨에게 제기한 이혼 청구소송에서 부모 모두를 공동 친권자 및 양육자로 결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혼 7년차인 이들 부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3명의 자녀를 모두 아동보호시설에 보낸 뒤 부정기적으로 시설을 방문해 자녀들을 만나오고 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들 부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양육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또 현재 시설에서 양육되는 자녀들을 데리고 나와 직접 양육을 맡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혼은 하되, 부모 모두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자녀들을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부모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 정승원 부장판사도 결혼 2년차 부부가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친권은 아버지에게 주되, 양육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는 아버지가, 금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아침까지는 어머니가 맡도록 합의를 이끌어냈다. 재판부는 “부부 모두 자녀 양육을 강력히 원해 이같이 조정했다”고 밝혔다.

홍창우 가정법원 공보판사는 “민법상 이혼시 한쪽을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로 정하는 것이 원칙으로 여겨져 왔지만, 공동으로 정하는 것도 위법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며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삼아 이혼 당사자에게 자녀에 대한 책임과 부모로서의 성실한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장판사도 “일방이 양육권을 갖는 경우 비양육권자는 아이를 뺏겼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공동양육을 인정하면 당사자들 사이에 만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판사들은 앞서 지난 1월 워크숍을 통해 이혼 후 미성년 자녀에 대한 공동친권·공동양육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연구를 통해 판결 실무에 반영키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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