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등록법 시행 두달…비혼모 모자관계 대거 누락
한국여성의전화연합 상담 쇄도…25일 토론회 개최키로

가부장적 호주제에서 탈피해 여성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가족관계등록법이 오히려 비혼모, 재혼여성, 입양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구성하는 여성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 접수된 상담사례에 따르면, 비혼모 자녀의 가족관계증명서에 살아있는 부모가 죽은 사람으로 기록됐는가 하면, 친권을 포기한 전 남편의 아이가 버젓이 자신의 자녀로 기본증명서에 올라오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비혼모 김수진(가명)씨는 아들 최준영(가명)씨를 호주로 삼아 최씨의 호적에 입적해 있었다. 지난해까지 최씨의 호적등본을 발급 받으면 모자관계임을 입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김씨가 최근 자신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한 결과 최씨에 관한 기록이 없었다. 아들 최씨 역시 어머니인 김씨의 이름은 올라 있지만 ‘출생연월일’과 ‘주민등록번호’, ‘본’란이 비어 있었다. 이들 항목의 공란은 ‘사망자’임을 의미한다.

지난 5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김씨처럼 모자관계가 누락된 비혼모자는 전체 35만여명 가운데 29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원인은 준비 부족에 있다. 호주제 폐지는 2008년 1월1일로 정했는데, 새 신분등록법은 지난해 4월에야 국회를 통과해 불과 8개월 만에 새 신분관리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것. 정상대로라면 최소 1년6개월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미혼모자의 경우 혼인관계가 없어 시스템 상 대거 증발하는 문제가 나타난 것 같다”며 “준비시간이 부족해 종이 호적등본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실수인데도 피해 당사자가 직접 동사무소를 방문해 정정신청을 하도록 해 “떠넘기기식 행정편의주의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혼여성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김정옥(가명)씨는 이혼과 동시에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전 남편에게 양도했다. 몇년 후 재혼했고, 현 남편과의 사이에서 다시 아이를 낳았다. 김씨는 최근 출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다가 가족관계증명서에 전 남편과의 자녀가 자신의 자녀로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회사 사람들은 내가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은 줄 아는데, 당장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라고 하면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법적 모자관계인 경우 상속 요구도 가능해 법적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대법원 가족관계등록과 관계자는 “종전에는 여성이 이혼과 동시에 친아버지 호적으로 다시 들어갔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공시되지 않았을 뿐이지, 추적하면 당시에도 모자관계 입증이 가능했다”며 “신분등록부가 바뀌면서 생겨난 불가피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가족관계등록부 개인정보 ‘구멍’

입양모·비혼모·이혼 당사자 권리 재논의 시급

입양가정도 속을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6살인 딸을 입양해 양육하고 있는 송가영(가명)씨는 새 신분증명서에도 종전 호적등본과 마찬가지로 자녀가 ‘버려진 아이(기아)’였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송씨는 “입양관계증명서가 별도로 만들어졌는데도 기본증명서와 가족관계증명서에 입양 사실이 공개돼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올해 새로 시행된 친양자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친양자 입양제도란 재혼여성의 아이나 입양아동에 대해 친생부모와의 친족관계를 종료하고 양부모의 ‘혼인 중 출생자’로서 신분을 취득하는 제도다. 다만 자녀가 15세 이상이면 친양자 입양 신청이 불가능하다. 

김홍미리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활동가는 “대법원은 신분증명서를 기존 호적등본 하나에서 5개로 세분화해 개인정보 보호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고 말하지만, 벌써부터 과도한 정보공개로 논란을 빚고 있다”며 “입양자와 입양부모의 권리, 미혼부모의 권리, 이혼 당사자의 권리 등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14일까지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와 권리침해 사례를 접수하고, 오는 25일 법 개정 방향을 모으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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