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냉전의 시대를 마감하며 우리가 배운 것은 더부살이 인생의 결과다. 소련이 해체되고 사회주의 체제가 몰락하게 된 것은 더부살이 인생을 양산한 결과이다.

더부살이 인생은 무임승차, 공짜의 삶이다. 공짜의 삶이 만들어내는 비용은 국가도 감당하기 어렵다. 공짜 인생은 자본주의 사회에도 존재한다.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병역 기피 등도 무임승차요, 새치기, 쓰레기 무단투기, 침 뱉기나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기 등도 공짜의 삶이다.

더부살이 인생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땅투기는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킨다. 평생 돈을 벌어도 집 한채 장만하기 힘든 사회를 만들어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논문 표절이나 병역 기피는 익명의 제3자를 희생시킨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셈이다. 새치기나 쓰레기 무단투기 등도 그 비용은 고스란히 사회의 몫이다. 부조리와 불의가 만연한 사회는 한(恨)을 만든다. 이 한은 때로는 기대 이상의 사회적 파괴로 이어진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나 방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이웃의 행동에 민감하다. 이웃이 땅투기를 하면 나도 한다. 남도 하는 병역 기피, 나도 한다. 옆집이 쓰레기를 버리니 나도 버린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속담이 이해가 간다. 도미노 게임과 같다고나 할까.

도미노는 한개가 쓰러짐으로 나머지 수천개의 조각을 쓰러뜨린다. 도미노의 특징은 한 조각의 행동에 있다. 시작이 투기와 이기심인지, 아니면 헌신과 희생인지에 따라 그 결과는 판이하다.

영국의 찰스 왕세자의 둘째아들 해리(Harry)가 아프간 전선에서 복무 중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서열 3위로 왕위 수업을 받아야 할 왕자가 군복무를 위해 전선에 투입된 것이다. 안전한 곳에서 복무할 수도 있었으나 비밀리에 자폭테러가 터지는 아프간에 자원한 것이다.

영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인 이유가 딴 데 있지 않다. 영국의 리더십과 왕자의 솔선수범이 영국을 강대국으로 만들고, 영국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힘과 권력을 이용해 부를 늘리고, 희생을 기피하려는 리더십과는 판이하다. 선진국과 후진국 리더십의 차이이리라.

희망의 새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는 올해를 선진화의 원년으로 내세우고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섬김의 리더십은 행동하는 리더십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의 리더십이 겸손한 자세로 배려와 헌신의 도미노를 시작하길 기대한다. 이런 섬김의 도미노가 일어나는 나라, 나도 살고 너도 사는(leben und leben lassen) 희망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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