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논란 ‘여성 건강권’ 우선해야
낙태 논란 ‘여성 건강권’ 우선해야
  • 박숙자 / 경기도 가족여성개발원장
  • 승인 2008.03.07 11:11
  • 수정 2008-03-07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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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피임방법등 성교육과
임신초기시술로 후유증 작게
지난 2월 13일 ‘모자보건법’ 제14조에 규정되어 있는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의 허용한계를 바꾸어보자는 공청회가 열렸다. 우리사회에서 낙태는 엄연히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합법화된 것처럼 만연되고 있어, 현실적으로 낙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2005년 우리나라에서 시행된 낙태의 추정 건수가 34만2천여 건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일년에 태어나는 신생아 수의 70% 이상에 해당되는 숫자이다. 이러한 자료를 보면서 ‘pro-life’(생명권)의 입장이건 ‘pro-choice’(선택권)의 입장에 있건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공청회에서는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가슴이 답답했다. 아쉽게도 현실적으로 어떻게 낙태를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의 장이 되지 못한 것이다.

공청회에서 논의될 개정안 마련 자문회의에 여러 번 참석해 온 필자로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개정안 마련의 취지와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채 태아의 생명권이 주로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개정안을 마련한 연구진과 자문위원들 중 어느 누구도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34만건 이상의 낙태를 어떤 방법으로 줄일 것인가와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여성들의 후유증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개정안 논의를 해왔던 것이다.

오랜 논의 결과 마련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의 하나는 낙태를 행하는 미혼여성의 94% 가량이 혼인상의 문제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사회적 적응사유’로 인하여 임부가 요청하는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하되,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위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임신한 날로부터 12주 이내로 한정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낙태를 요청하는 임부들이 임신으로 인한 정신적, 사회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상담을 통해 공적·사회적인 모든 도움을 제공하고, 임부의 책임 있는 결정을 도움으로써 낙태시술의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상담절차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방안이 낙태를 현격히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청소년을 비롯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실질적 피임방법을 가르쳐주는 성교육이 활성화되어 미혼이건 기혼이건 원치 않는 임신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임부가 원하면 미혼모 신분으로도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조성과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해야만 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임신초기에 시술함으로써 신체적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방비 상태에서 임신 5~6개월이 지나서야 낙태수술을 받음으로써 임부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은 피하도록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임신이 가능한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은 우리 사회의 ‘대’를 이어줄 사람들이다. ‘건강한’ 어머니에게서 ‘건강한’ 생명이 태어나고 길러질 것이다. 따라서 ‘여성들의 건강한 자궁’에 우리사회 전체가 관심을 쏟아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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