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최초 여성 임원서 여성 과학기술단체장으로

 

“지금까지는 기업인의 역할에 집중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한명의 여성공학기술인이자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의 회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여성공학기술인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영희 KT 상무(KT 미래기술연구소 소장)가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이하 여공협) 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1·2대 회장직을 역임한 최순자 인하대 교수에 이어 지난달 27일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이영희 상무는 앞으로 2년 동안 여공협의 수장 자리를 맡게 된다.

1980년 한국항공대학교 통신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를 통해 KT에 입사한 이 상무는 화려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도에 KT 네트워크본부 인터넷 설계팀장(국장)을 거쳐, 2002년 KT 베이징사무소 소장(상무보)을 맡으며 공기업 최초의 여성임원으로 기록됐다. 이후 2003년에는 KT 중국법인 대표, 2005년 KT 미디어본부장(상무)을 거쳐 지난해 12월 KT 미래기술연구소 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그동안 KT의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망인 ADSL을 설계·구축·보급했고, KT IPTV를 처음 개발해서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눈에 띄는 업적을 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대기업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큰 조직에서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조직이 클수록 조직화라는 게 필요한데, 여성들은 일만 열심히 하고 네트워킹에는 취약하잖아요. 저 역시 임원이 되기까지 주위사람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만 했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쉽게 주목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조그마한 실수도 크게 부각되고 자신의 실수가 다른 여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해요. 남성 동료들과도 깊이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대화의 기술을 익히고, 자기 표현을 당당히 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고급 여성공학기술인력의 활용은 아직도 미미하다. 특히 통신업계의 경우 여성임원은 이 상무를 포함해 단 3명에 불과하다.

“이제는 공학계 여성전문인력이 기업의 핵심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영희 상무.

그는 앞으로 “중간층에 있는 이공계 여성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협회 임원진간 협력 증진 ▲여성공학기술인 네트워크 강화 ▲여성공학인 롤모델 창출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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