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상정 불발…17대 국회 사실상 폐기
이상희 국방부 장관 "새 정부에서 계속 추진"

제대군인에게 채용시험 응시시 3회에 한해 2%의 가산점을 주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대표발의 고조흥 한나라당 의원)이 전면 백지화될 전망이다.

지난달 13일 논란 끝에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 법사위는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5일 법안심사제2소위원회를 열고 병역법 개정안의 체계·자구 심사에 들어갔으나 ‘계속 심사’를 결정했다. 사실상 17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상정이 불발로 끝난 것이다.

4월 임시국회가 남아있긴 하지만 총선 정국에 밀려 처리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오는 5월 말 17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임인규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25일 소위원회 결과 의원 일부는 위헌 요소가 해소됐다고 판단하고, 또 다른 일부는 여전히 위헌이라고 지적해 합의가 결렬됐다”며 “현재로서는 다시 소위를 재개최할 계획이 없으며, 이대로 가게 되면 17대 국회에서는 자동폐기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급한 불은 껐다지만 군가산점제 논란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18대 국회에서 동일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면 똑같은 논쟁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고조흥 한나라당 의원 측에서는 이번 17대 때 백지화되면 18대 때 재발의하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 내정자도 지난달 27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군가산점제는 국가에 봉사하고 전역한 모든 대한민국 국민과 현역들의 바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혀 재추진에 힘을 실었다.

앞서 고 의원은 19일 국방위 회의에서 “헌법재판소 위헌판결 내용을 보면 군가산점제 자체가 아니라 가산점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며 “가산점 비율이 채용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2%로 낮추고, 가산점 부여 기회도 3회로 한정하며, 가산점 수혜자가 전체 채용인원의 2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면 위헌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요약하면 3%는 ‘위헌’이지만 2%는 ‘합헌’이라는 주장이다. 고 의원은 “제대군인의 어머니와 대부분의 여성들도 개인적으로 군가산점제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국방부가 2006년 행정직 채용시험을 기준으로 2% 가산점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여성 합격자의 31.9%(7급), 16.4%(9급)가 불합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방향도 군가산점제 도입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S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군가산점 제도에 대한 찬반의견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의견이 62.8%로 과반을 넘었다. 반대 의견 16.9%보다 4배 가까이 높다. 18일 한 경제지가 네티즌 4731명에게 물은 결과에서는 88%로 압도적이었다.

전문가들은 군가산점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여론의 쟁점이 지금의 ‘남녀 찬반 대결’에서 ‘합리적인 보상방안 토론’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남성들의 ‘잃어버린 2~3년’은 여성이 아닌 국가에 보상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남녀대결적 구도를 깨기 위해서는 여성계가 소수 제대군인에게만 혜택을 주는 가산점 대신 모든 제대군인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보상방안을 고민하고 의견 개진을 하고 있음을 적극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현재까지 여성계가 내놓은 대안에는 ▲군 복무기간 국민건강보험 가입 및 보험료 지원 ▲군 복무기간 국민연금 및 세제 혜택 부여 ▲군 복무기간을 봉사시간으로 환산해 채용시험시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있다. 장기적으로 모병제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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