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최고의 재미는 2시간여의 러닝타임 동안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긴장감이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화면에 압도되어 영화에 몰입한 것이 언제였던가 싶을 만큼. 폭력성과 잔인성에 몸서리쳐질 때도 있었지만 치밀한 구성과 완벽한 화면 연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냉소적인 유머, 그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은 이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다. 지극히 미국적이고 철저한 남성영화라는 사실조차 영화를 보는 동안 잊어버리고 만다.

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 미국의 텍사스.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인공 르웰린 모스가 우연히 시체가 즐비한 현장에서 돈가방을 발견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로 인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주인공과 그를 뒤쫓는 살인자, 그리고 살인자를 뒤쫓는 노 보안관의 3파전이 황폐한 텍사스주와 멕시코 국경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영화의 백미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특히 단발머리 헤어스타일과 산소통을 이용한 독특한 살인무기로 사람들을 무차별 살해하는 살인청부업자 안톤 시거(하비에르 바르뎀)는 깊은 인상을 남긴다.

특히 다 쓰러져가는 주유소에서 동전 내기로 주인의 목숨을 흥정하는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에 르웰린의 아내 앞에서 또 한번 연출되며 영화 속 명장면으로 꼽힌다.

귀를 찌르는 배경음악도, 비명소리도, 물량공세도 없이 세 남자의 추격전이 황량한 화면 속에 건조하게 펼쳐지지만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노 보안관의 대사에서는 삶에 대한 유머가 배어 나온다.

숨막히는 추격전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확실한 결말을 기대했던 관객이라면 영화가 끝나는 순간 허무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가 끝난 후 여운은 오래 남는다. 인간의 본성, 선과 악은 무엇인지 한참동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