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마음 읽으면 매출 쑥쑥
친여성 경영마인드로 양성평등 기업 문화
"여성간부 늘리니 소비성향 파악 쉽네요"

 

“어렸을 때부터 저의 결정을 무조건적으로 믿고 지켜봐주신 어머니 덕분에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배우고 느꼈던 여성의 힘과 역량이 회사 내에서 충분히 발휘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더욱 여성친화적인 사내문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대표이사가 전문직여성클럽(Business&Professional Woman·이하 BPW) 한국연맹이 수여하는 제15회 ‘BPW 골드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돼 지난 19일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혔다. ‘BPW 골드어워드’는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지도력과 평등의식을 발휘한 남성을 선발하는 상이다. 역대 수상자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대표이사 등이 있다. 

차석용 대표이사의 수상은 그의 ‘친(親)여성 경영’ 성과가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차석용 대표의 경영마인드를 들여다보면 ‘여성 인적자원 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그는 여성고용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인 고용창출 확대에 앞장서왔다. 생활용품, 화장품이 주력 사업분야인 LG생활건강은 전체 직원 중 여성인력 비율이 41%에 이른다. 단지 여성인력 비중이 높은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차 대표는 2005년 1월 부임 당시부터 가장 중요한 영역인 ‘마케팅’ 분야의 여성인력을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례로 2004년 말 전체 마케팅 인력의 40%에 그쳤던 여성인력 비중이 지난해 말에는 60%선까지 확대됐다.

그는 차세대 여성인재 육성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이 2005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대학생 마케팅 세미나’는 그런 그의 뜻이 잘 담겨져 있는 제도다. 업무 특성에 맞는 창의적 인재 채용을 위해 진행되는 이 세미나에서는 매년 약 20명의 대학생이 4주간의 인턴 기간 동안 마케팅에 대한 열정과 끼를 겨루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한 입사자 중 여성 비율이 38%(2005년)에 그쳤던 것에 비해 지난해에는 85%까지 확대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여성고용 창출’과 더불어 시급한 과제가 바로 ‘관리자로서의 여성역량 강화’다. 임원진과 중간관리자급의 여성인력 부족현상은 여성인재의 롤모델 부재를 낳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 대표는 간부급 여성인력 기용에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여성의 창의성’이 핵심 경쟁요소라고 보고 취임 당시 1명에 불과했던 여성임원 숫자도 4명으로 늘렸고, 팀장급도 전체의 46%까지 증가시켰다.

“여성간부급 증가는 여성들의 마음과 소비성향을 꿰뚫어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잇따라 선보이는 성과를 냈습니다. 시장의 호응 또한 엄청났죠. 생활용품의 경우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비중이 65% 수준까지 상승했고, 2006년 하반기부터는 매출과 수익 모두가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차 대표가 이같은 조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의 여러 조직에서 일하며 합리적인 조직문화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2년 늦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무작정 유학을 떠나 뉴욕주립대와 코넬대에서 회계학과 경제학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 P&G사를 시작으로 필리핀 P&G, 쌍용제지, 해태제과 사장 등을 맡으며 자신만의 경영노하우를 쌓아왔다.

그의 친여성경영 마인드는 이제 양성평등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미 2005년부터 탄력근무제를 실시해 야근 없는 정시퇴근 문화를 정착시키고, 2006년부터는 사내에 수유실을 설치, 운용하는 등 여성인력의 능력 발휘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제 취미는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기’입니다. 늘 새롭고 변화하는 것에 도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정직’과 ‘투명함’을 업무의 기본으로 삼고 올바른 일은 반드시 행하는 ‘착한 경영’을 해나갈 것입니다.”

‘마케팅의 귀재’, ‘4번의 CEO’, ‘흥행 보증수표’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차석용 대표.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친여성정책으로 양성평등한 기업문화 조성에 앞장설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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