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수공예와 공정무역
아시아의 수공예와 공정무역
  • 이미영 / ㈜페어트레이드코리아 대표이사, 전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08.02.22 11:57
  • 수정 2008-02-2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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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거래하는 여성들

공정무역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진실한 노동을 바탕으로 하는 존엄성 있는삶에 대한 것이고, 대등한 거래관계에 대한 것이며, 우리가 집으로 자랑스럽게 가지고 갈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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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12억 인구의 70%가 여성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중에 더 가난한 여성들은 주로 소수민족이거나 외딴 지역에 사는 여성들이다. 고립된 이들은 어머니의 손으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기술로 옷감, 침구, 바구니, 쿠션, 양탄자 등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물건들을 만들어왔다. 이 물건들을 꾸미는 데 사용된 염색, 자수, 문양의 독특한 기술에는 공동체의 정체성이 표현되어 있다. 가난한 여성장인들은 공정무역을 통해 자신의 수공예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그들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가난 때문에 교육받지 못하고, 기본적인 건강조차 돌보지 못하는 여성생산자들은 아이들을 잘 먹이고 교육시키려는 소망에서 공정무역에 참여한다. 그 후 사회와 만나고 공동체에서 활동하면서 마을별로 수공예 모임을 퍼트리고, 마을간의 그물망을 만들어 대안기업을 일으키는 수많은 감동실화를 창조한다.   

여성들의 대안기업, 태국의 판마이 

성의 발전이 가족과 공동체의 발전으로 이어진 경험은 태국 여성들이 설립한 대안기업 ‘판마이(panmai)’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태국의 북동부 로이에(Roi-et)에 위치하고 있는 ‘판마이’는 태국어로 ‘많은 나무들’을 뜻한다. 태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이곳에도 세계화 바람이 거세게 불어 마을 사람들의 식량이 되기 위해 심어졌던 곡식 대신 유럽의 가축을 먹이기 위한 옥수수가 심어졌고, 공동체의 자산으로 보호되어왔던 숲은 사라지고 그 대신 일본과 한국 사람들이 사용할 종이 생산을 위해 유칼리나무가 심어졌다. 자급자족 경제는 무너져 내렸고 생필품과 식량 구입을 위해 돈이 필요해지자 남자들과 젊은 여성들은 도시로 떠난다. 돈이 되지 않아 하찮은 기술로 전락한 수공예 기술과 함께 아이들과 집에 남은 여성들은 무능한 존재가 되어 잊혀져갔다.

그러던 이곳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여성들의 자연염색과 전통 직조기술을 되살려 지역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한 직조 개발사업이 실시된다. 농촌의 대안적 발전을 추구하던 풀뿌리 단체가 마을의 이장과 여성들을 설득해 모임을 만들고, 이 모임에서는 여성들에게 잊혀졌던 전통기술을 다시 가르치고 문자, 회계, 조직관리, 마케팅 교육을 시작했다. 여성들은 공정무역으로 자신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사줄 소비자를 만날 수 있었고, 단순한 생산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대안기업 ‘판마이’를 경영하는 주체로 우뚝 서게 된다. 현재 판마이에는 3개 지역, 24개 마을, 500여명의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2005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남편들이 베틀을 수리하고 가사를 돕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직조활동이 가족을 부양하는 생계수단이 되면서 마을의 남성들에게 여성을 돕는 것은 점차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판마이의 상근 활동가가 된 한 생산자 가정에서는 남편이 가사를 전담하고 있었다.

이렇듯 마을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역할은 변화하기 시작했고, 직조활동은 성별에 관계없이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활동이 되었다. 판마이 회원들에게 국한되었던 대출기금은 마을 사람 모두에게 개방되었고 생협, 협동방앗간, 가솔린 프로젝트 등 마을공동체 사업이 여성들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판마이 여성들은 지역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전통문화의 계승자이자 마을의 대안적 발전을 일구는 개척자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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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벵골의 칸타 자수와 아미나 비비

천년 전부터 여성은 그들의 삶, 즐거움과 슬픔을 바늘땀에 쏟아냈고 자수는 국경을 넘어 세계를 이어 왔다. 자수에는 문화를 엮고 대화를 만들어내는 여성들의 겸허한 창조성이 깃들여 있다. 인도 벵골 지역의 여성들은 칸타 자수를 통해 자신들의 소망과 정체성을 표현해 왔다. 이들은 전통적인 문양을 사용하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경험을 상징물을 통해 그려 온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접경지역에 접해 있는 외딴 마을에 사는 평범한 15세의 어린 신부 아미나 비비는 칸타 자수가 놓여 있는 담요 한채와 어머니에게 배운 칸타 기술을 가지고 신랑 집에 도착했다. 그는 이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바늘땀이 자신의 삶과 그 주변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어느 날 지역의 한 공동체 사무실을 방문하게 되는데, 자수 기술을 가진 여성들에게 자수품을 만들어 외국의 착한 소비자에게 팔도록 격려하는 곳이었다.

이때부터 ‘잊혀진 존재’에서 ‘주목을 받는 존재’로 바뀌게 되는 그녀의 인생 여정이 시작된다. 그녀의 작품은 ‘사샤 핸디크래프트(Sasha Handicraft)’라는 공정무역 단체에 깊은 인상을 주었고, 곧 아미나가 만드는 모든 제품이 사샤와의 협력을 통해 거래되기 시작한다. 그 후 아미나는 몇명의 여성들을 더 합류시켰고, 사샤의 지원을 받아 수출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훈련을 제공하면서 그들에게 하나의 단체로 등록하기를 제안하기에 이른다.

이렇게 ‘탄툴리아 칸타 센터(Tantulia Kantha Center)’가 설립되었다. 그들은 6개월마다 모여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처음에는 15명의 여성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3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사샤를 통해 그들은 해외시장에 많은 수의 소비자를 확보했고, 국내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해외 무역박람회에도 참가한다. 또한 자수 학교를 운영하며 칸타 자수 생산자 공동체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미나는 사회적, 경제적, 지리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자신과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여성들을 위해 지속적인 수입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녀의 유일한 불만은 다른 여성들이 마을 밖으로 나가 활동을 수행할 만큼 충분한 자신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종이실로 옷을 만드는 네팔의 여성.
종이실로 옷을 만드는 네팔의 여성.
네팔의 종이가 착한 옷과 만나다

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네팔의 여성들에게도 공정무역은 고운 희망의 싹으로 자라고 있다.

네팔은 히말라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천연소재에서 염색에 이르기까지 활용 가능한 무한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로카타 종이도 그 중의 하나로, 재질이 뛰어난 전통 수작업 종이 기술이 아직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소비시장이 없어 재고는 자꾸 쌓여만 갔고 마을 사람들의 생활은 여전히 궁핍했다.

종이의 소비를 늘려 가난한 농민과 여성에게 새로운 부가가치를 선사하려는 노력이 일본 공정무역회사 ‘네팔리 바자로(Nepali Bazaro)’와 네팔의 여성활동가 우샤 공갈에 의해 ‘종이옷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출발하게 된다. 종이옷 프로젝트는 3년 계획으로 추진되었지만 이 프로젝트가 3년 안에 달성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종이로 천을 만드는 일은 그만큼 전례가 없는 막막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우샤 공갈은 옷을 만들 수 있는 질 좋은 종이를 선별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여러번의 시도를 통해 천을 만들 수 있는 종이는 망이 서로 얽혀 있어 물에 넣어도 풀어지지 않는 종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종이를 길고 가늘게 자르고, 물레를 돌려 실을 잣고, 베틀로 짜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반복되었다. 드디어 천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천이 투박해 옷을 만드니 맵시가 나지 않았다. 공기처럼 가벼운 얇은 종이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이 다시 시작되었고, 마침내 실이 가늘어져 부드러운 천이 만들어졌다. 종이 200장에서 약 2000m의 종이실이 만들어지는데, 이 실을 천으로 짜면 3벌의 옷을 만들 수 있다. 1년 간 샘플 제작과 착용실험, 세탁실험이 이어져 2006년 드디어 종이옷이 일본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한국에서도 곧 종이옷을 선보이게 된다. 

종이옷 공방인 영와우크래프트의 시타 카날은 실을 만드는 생산자다. “그녀의 손끝에서 최고급 실이 탄생해요!” 우샤 공갈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세 자녀와 함께 남편이 관리인으로 일하는 건물의 관리인실에서 살고 있다.

“8개월 때 고열을 앓은 둘째아들은 병으로 움직이지를 못해요.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들을 두고 나갈 수가 없지요.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이곳이 제 첫 직장이에요. 재택근무라 늘 아이들을 돌볼 수 있으니 정말 행운이지요. 일을 하기 전에는 늘 부부싸움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때는 늘 돈 문제가 말썽이었지요.”

공정무역에는 항상 아름다운 이야기가 따른다. 이 이야기들은 소규모 생산 공동체와의 직접적인 거래를 통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공정무역은 자선사업이 아니다. 진실한 노동을 바탕으로 하는 존엄성 있는 삶에 대한 것이고, 대등한 거래관계에 대한 것이며, 우리가 집으로 자랑스럽게 가지고 갈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것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공정무역의 소중한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네팔과 인도, 라오스에서 만들어진 착한 옷도 판매되고 있다. 세계에는 수백만명의 여성장인들이 있지만 그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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