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들 “병영체험이 여군 꿈 더 키워”
14일 오전, 동두천에 있는 28사단 태풍부대로 향하는 버스 안은 기대로 가득 찼다. 같은 버스를 탄 사람들은 여군 사관 합격자, 여군 사관 준비생과 군생활에 대해 호기심이 가득한 여대생 등 저마다 다양했다. 초면이지만 1박2일을 함께 체험하게 될 여대생들을 보자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2시간여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28사단 사령부. 군악대의 힘찬 연주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이어 작전참모의 부대 소개와 부대 역사관 안내가 계속됐다. 부대 소개를 들으면서도 우리가 서울에서 북쪽에 위치한, 현재 북한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드디어 지급된 군복을 입는 시간. 여군 정훈장교의 설명을 들으면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하나하나 갈아입기 시작했다. 군복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겁고 투박했으며, 군화를 신은 발은 이내 불편해졌다. 그러나 군인들이 이렇게 무거운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고 생활한다 생각하니 1박2일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마음이 들며 자신감이 생겼다.
조별로 나뉘어 군용차량에 탑승, 덜컹거리는 산비탈을 지나 각 소초로 이동했다. 도착하고 나서 수줍게 우리를 맞이하는 군인들을 보자 긴장했던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동아오츠카에서 제공한 음료수 블랙번 테라피와 영양식 소이조이 등 가져온 간식들도 장병들에게 전달했다.
오후 5시,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조별로 경계근무를 나갔다. 철조망을 잡고 혹시나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초소로 이동했다. 좁은 초소 안에서 GOP 경계근무를 함께 서면서 조금 우울해졌다. 춥기도 했고 오랫동안 서있어야 한다는 것도 곤혹스러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군인으로 복무했던 친구들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저 깜깜한 어둠과 추위 속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나보다 어린 군인들을 보면서 좀더 일찍 병영체험을 했더라면 친구들이 휴가 나왔을 때나 부대에서 전화를 했을 때 따뜻하게 위로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튿날, 태풍 전망대를 관람하고 곧 이어 여군 간부들과 함께 병영체험에 참여한 여성계 인사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모두들 자신의 느낌을 야무지게 발표했고, 평소 여군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자매가 함께 참여해 관심을 끌었던 충남대 박현휘씨는 “선임과 후임이 친구처럼 다정해 보이면서도 위계질서는 갖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며 “군인들이 가족과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라를 지키는 것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또 여군 장교의 여군 활용계획과 관련한 발표를 들은 후 앞으로의 여군 지위와 전망에 대해 묻고 군대 환경이 나아지기 위해 우리가 노력할 점에 대해 토론하는 등 열띤 분위기의 간담회가 이어졌다.
마지막 일정으로 동두천 인근 후방대대를 방문해 각종 장비를 견학했으며, 중식으로 전투식량을 시식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짧지만 많은 것을 느낀 1박2일의 일정은 이렇게 끝났다.
이번 병영체험을 통해 여군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하다는 사실과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군인이 여성들에게도 잘 맞는 직업이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또 많은 여대생들이 여군 사관의 꿈을 키우고 있고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는 사실이 같은 여성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