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상대가 성의를 보이는 만큼 대응”
‘정치용’ 벗었지만 ‘화해’계승 지혜 있어야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시설 폐쇄와 핵 프로그램 신고, 핵시설 불능화를 명시한 2·13 합의가 나온 지 1주년이 지났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합의는 부시 미 행정부의 태도 변화가 가져온 반가운 선물 같은 것이다.

핵무기 개발을 최후의 생존 보루로 삼고자 하는 북한으로서는 그 소중한 핵을 폐쇄하고, 신고하고, 불능화한다는 게 쉬운 결단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같은 조치의 사례로 1차 5만t, 2차로 95만t의 중유를 지원받기로 했으며, 특히 미국측은 테러 지원국 해제, 대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를 약속했다. 그쯤이면 꽤 괜찮은 거래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예상대로 약속 이행은 순조롭지 않다. 2·13 합의의 1단계 조치인 핵시설 폐쇄는 이루어진 셈이지만, 그 다음 2차 단계로 2007년 말까지 완수하기로 했던 핵불능화 작업은 기술적 어려움을 들어 미루어지고 있다.

핵 프로그램 신고 역시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신고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북·미간에 입씨름만 벌이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이 주장하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신고에 대해서 북측은 펄쩍 뛰며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가 매우 난감한 대목이 바로 철저한 신고의 이행 여부다.

언제나 그렇지만 국제관계는 시기와 타이밍의 산물이다. 2·13 합의 같은 획기적 진전 역시 미국 공화당의 의회 선거 패배라는 배경이 없었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딘 이 합의사항 역시 현재 미묘한 상황변화 앞에서 기우뚱거리고 있는 듯이 보인다. 미국과 한국이 동시에 정권 교체기에 돌입한 것이다.

공화당 후보로 거의 확정된 매케인이 집권한 미국의 대북정책과 민주당의 클린턴 또는 오바마가 시행할 외교정책은 그 기조부터 크게 다를 것이 틀림없다. 북측의 시간 벌기 게임에 이해가 가는 측면이다.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는 어떤 대북노선을 취하게 될 것인가. 현재까지 알려진 바대로 하자면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포괄적 상호주의’로 표현된다. 풀어서 말하자면, 상대가 성의를 보이는 만큼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노선은 지난 10년간의 남측 대북전략이 크게 수정되는 것이다. 두 정권 기간 동안 시행된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은 역설적으로 매우 공세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북측 태도와 자국 내 여론 동향, 심지어 미국의 각종 요청 사항에 대해서도 일관된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그 때문에 엄청난 내부적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일관성이 가져온 남북간 신뢰 구축과 교류의 증진을 함부로 폄훼할 수도 없다. 그 같은 일관성은 북한문제가 국내정치용 도구를 벗어나 있었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

‘비핵, 개방, 3000’. 이것이 새 정부의 북한을 향한 정책 슬로건이다. 핵을 포기하고 개방을 하면 10년 내 국민소득 3000달러 시대를 열어주겠다는 공언이다.

혹자는 10년 안에 상대 국가의 경제규모를 7배나 늘려준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며 거센 비판을 퍼붓지만 꼭 수치에 집착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의욕의 표현으로 볼 수도 있을 테니까.  

이명박 정부에서는 2·13 합의 이행 역시 ‘상호주의’적 태도로만 접근할 것인가. 가령 만족할 만큼의 신고가 이루어져야 중유를 제공하고 교류를 할 것인가. 10년간의 화해국면에 익숙해진 국민들은 군사정권기에 경험한 대립과 증오의 재현을 매우 불편해할 것이다. 정권교체에 따른 변화의 필요 못지않게 계승의 지혜도 함께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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