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원 152명 ‘호주제 폐지’ 공동성명
지난 2004년 12월27일 남성 국회의원 152명은 ‘호주제 연내 폐지를 바라는 남성 국회의원’을 구성해 호주제 폐지에 동참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호주제를 연내에 폐지하고 남녀 동반시대로 나가자”고 촉구했다.
이목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호주제를 폐지해도 남성에게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올해가 가기 전에 호주제를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호주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흉물”이라며 “소속 상임위인 법사위에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온몸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 기자회견이 효력을 발휘해서인지 다음날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호주제 폐지에 전격 합의했다. 이후 2005년 3월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35명 중 찬성 161명, 반대 58명, 기권 16명으로 호주제 폐지안이 통과됐다.
이날 반대토론에서 김용갑 한나라당 의원이 “호주제 폐지를 앞장서서 막아야 할 (남성)의원들이 표만 의식하며 일부 여성들에게 질질 끌려다니고 있다. 그럴 바에는 불편한 것 달지 말고 떼어버려라”고 돌발발언을 날렸지만, 대세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100명이 넘는 남성의원들의 호주제 폐지 공동행동은 이들의 양성평등 의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호주제가 폐지되던 날 채수찬 통합민주당 의원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의회연맹(IPU)·유엔 공동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해 던진 말이 반가운 이유다.
“양성평등이 여성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주는 이익을 남성의원들이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