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모른척…“사회가 범죄를 방조”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 이번 프로그램을 취재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기자로 살아왔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덧붙여 혹시 성폭력 사건도 있다면 추가해서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 취재가 시작되면서 완전히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한 가지 사건을 취재하면 또 다른 사건이 따라 나왔다. 결국 쌈 제작팀은 일정 선에서 취재를 중단하고 먼저 방송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물론 취재팀의 기획 의도는 성폭력 문제를 통해 한국 스포츠의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전체적인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성폭력 문제만큼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해자들은 또 다른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어떤 변명도 허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자들이지만, 일정 부분 우리 사회가 그 범죄를 방조하고 묵인해 왔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는 점이다.

운동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학교 수업도 받지 못한 채 만성적인 구타에 시달리고, 운동을 그만두면 갈 곳 없는 실업자로 전락한다는 것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눈을 감았다. ‘운동선수니까 당연히 공부도 안하고, 맞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나는 스포츠계의 폭력 역시 성폭력과 죄질이 다를 뿐이지, 구조적으론 똑같은 범죄행위라고 생각한다. 그토록 수많은 폭행사건이 있었지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가 성폭행이라는 더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우리 사회가 과연 피해자가 누구냐, 가해자가 누구냐 하는 재밋거리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관행이란 이름으로 개혁의 대상에서 소외돼왔던 반인권적인 스포츠 제도와 시스템을 바꿔낼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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