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제대로 알고 맞자

지금까지 보톡스 부작용으로 사망한 미국인이 16명에 달한다는 FDA 자료는 미용에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과량 투여가 문제였다’, ‘목근육 긴장증 등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됐다’는 등 FDA의 설명이 뒤따랐지만, 보톡스가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우려가 크다.

전문의들은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보톡스 주사는 안전하다”며 “잘 알고 시술을 받으면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톡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아보자.

보톡스는 상한 통조림에서 주로 생기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박테리아가 만든 ‘보툴리눔 톡신’(botulinum toxin)이란 독소를 정제해 만든 근육 수축 주사제를 의미한다. 원래 미국 제약회사 앨러간이 만든 근육 수축 주사제의 상표명이지만, 주름을 펴주는 근육 수축 주사제의 일반적인 명칭처럼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명칭은 ‘보툴리눔 독소’가 맞는다.

보툴리눔 독소는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차단해 근육의 수축활동을 감소시킨다. 때문에 처음에는 사시나 안면경련, 안검경련, 뇌성마비 등의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됐으나, 1990년대 이후부터 주름을 펴는 등 미용을 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통증 완화와 땀 발산 억제 기능 등이 밝혀지면서 두통이나 다한증 치료에도 쓰인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표적인 보툴리눔 독소 제품은 앨러간의 ‘보톡스’와 입센의 ‘디스포트’, 태평양제약의 ‘메디톡신’, 중국 난주생물연구소의 ‘BTX-A’ 등이 있다.

그렇다면 보툴리눔 독소는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위험한 물질일까.

FDA는 “그동안 주사 부위의 근육만 마비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보툴리눔 독소가 주사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 이동해 호흡근육 등에 마비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 보고됐다”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FDA에 따르면, 보톡스 부작용은 보툴리눔 독소가 체내의 다른 부위로 전이돼 근육마비 반응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미국에서 일어난 보툴리눔 독소 부작용 사망사건 역시 목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되는 ‘목근육 긴장증’에 주사된 보툴리눔 독소가 혈액을 타고 식도로 퍼져 음식이 역류하거나 호흡에 장애가 생긴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름 제거를 목적으로 한 보툴리눔 독소 사용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은 아직 보고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의들 또한 “알레르기 체질과 같은 특이체질이 아닌 이상 미용을 위해 사용되는 보툴리눔 독소는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사망 확률 역시 제로에 가까운 안전한 약품”이라고 말했다.

고운세상 피부과 김태윤 원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미용을 위해 보툴리눔 독소가 쓰이고 있으며 주로 미간, 눈가, 이마 등 찡그림으로 인해 생기는 주름을 펴기 위해 얼굴 표정근에 소량을 넣고 있다”고 말했다. 주사기를 이용한 간단한 시술이고, 혈관 안에 삽입된다 하더라도 혈관 안에는 신경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툴리눔 독소는 ‘약품’인 만큼 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우선, 입술 주변에 시술 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보툴리눔 독소는 근육을 마비시키는 치료기제이기 때문에 입술 주변 근육을 마비시켜 식사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또, 입가에 생기는 팔자주름은 피부가 아래로 처져서 생기는 주름이기 때문에 ‘필러’로 시술하는 게 좋다. 필러는 말 그대로 ‘다른 물질로 채우는’ 시술이며, 피부성분의 하나인 히알루론산을 주성분으로 한 물질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보툴리눔 독소는 미간, 이마, 눈가 등 찡그림으로 인해 생기는 주름에만 시술하는 게 좋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끔 이마에 보툴리눔 독소를 맞은 후 눈이 처지는 느낌이 든다거나 눈이 거슴츠레하게 떠지는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시력이 좋지 않거나 눈꺼풀이 처진 사람들이 눈을 치켜뜨다가 이마에 생긴 주름에 보툴리눔 독소를 맞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전문의와 상담한 후 시술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가벼운 부작용으로는 주사바늘 때문에 살짝 멍이 들거나 시술 부위가 붓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부기는 하루 정도면 빠지고 멍도 일주일 안으로 없어진다. 표정 근육의 일부가 굳어져 표정이 부자연스러운 경우도 있는데, 이는 2~3주 후면 돌아온다.

알려져 있듯이 보툴리눔 독소 시술의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다. 이마, 미간, 눈가에 하는 시술의 효과는 보통 4~6개월 정도, 사각턱 시술의 효과는 1년 정도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며, 눈 떨림과 같이 한 달에 한번꼴로 자주 보툴리눔 독소를 맞아야 하는 증상은 항체가 생길 확률이 높다. 이는 보툴리눔 독소의 타입(A~G)에 따라 약을 바꿔주는 것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다른 약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한 후 결정해야 하며 시술은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 간단한 시술이지만 적정 용량을 정확한 부위에 놓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번의 시술로 3~5년 이상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불법시술일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운세상 피부과 김태윤 원장은 “평소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피부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주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