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성매매 대책과 여성인력 활용 극대화를

지난 5일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5개의 국정지표와 21대 전략, 그리고 192개 국정과제로 짜인 새정부의 정책계획은 활기찬 시장경제, 인재대국, 글로벌 코리아, 능동적 복지, 섬기는 정부 등의 용어에서 보듯이 국정지표에서부터 참여정부와 차별성을 느끼게 한다.

문제는 여성가족부 폐지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것과 같은 우려가 금번 국정과제 발표 내용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여성가족부 존폐 논쟁에서 확인된 사실 중의 하나는 현 단계 여성정책의 성격과 핵심 현안이 무엇이고, 이 정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인식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여성·가족·보육정책은 복지정책의 영역에 단순히 병합될 수 없는 고유의 기능을 갖는 보편적 정책이다. 그런데 이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정책’이라는 과거의 틀에서 해석된다는 점이다.

또한 최근 성별 갈등의 주요인은 취업기회의 축소와 경쟁 가열, 양극화와 상대적 빈곤감 심화라는 사회구조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불구, 소수의 공직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합격률이 전체 여성의 지위 향상이나 되는 듯이 오인돼 왔다는 점이다. 만약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사람들까지도 현실을 오독하고 있다면 성불평등 문제의 개선은 요원할 것이다.

현 단계 우리나라의 여성정책은 복지 프레임을 넘어서서 성평등 사회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성평등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서 새정부는 앞으로 ‘여성의 저대표성’(under-representation), ‘여성인력의 저활용’(under-utilization), ‘여성인권의 저존중’(under-respect)이라는 3저 현상에 대한 정책적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부와 공공기관, 위원회 등 각종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지위에 여성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저대표되고 있다. 여성문제를 잘 파악하고 대변하는 여성들이 더 많이 의사결정권을 가져야 한다.

여성들은 경제영역에서도 저활용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기업은 남성을 76%나 뽑은 데 비해 여성은 24%밖에 뽑지 않았다. 여성인력이 진정 경제에 기여하기를 원한다면 정부는 가족친화적 기업의 촉진과 가부장적 기업문화의 합리적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정폭력은 여전히 가정 내 문제이고, 성매매는 인권침해가 아닌 ‘윤락’이라는 2중 성윤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으며, 아동과 여성은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여성폭력의 심리적 기저에는 여성과 여아에 대한 대상화와 비하가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여성인권에 대한 높은 감수성을 정책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5일 발표된 국정과제에는 이러한 3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지가 체계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3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정지표 시장경제 분야에서 단편적으로 보이는 ‘여성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만들기’를 일반과제로 삼기보다는, 핵심과제에 ‘여성인력 활용 극대화’를 제시해야 한다. 또 ‘양성평등 수준 향상’ 과제를 복지분야 일반과제로 넣기보다는 다섯번째 국정지표인 ‘섬기는 정부’의 중점과제로 다루어야 한다.

아울러 ‘여성폭력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대책’을 ‘아동·여성에 대한 폭력방지 및 안전’으로 강화시켜 일반과제가 아닌 중점과제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어제 저녁에 한 방송국 프로에서 ‘스포츠계의 성폭력’ 문제를 본 사람이라면 새정부가 아동·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보다 가계통신비용 부담 경감을 더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192개가 아직 잠정적이며, 미흡한 분야는 수정·보완하겠다고 했다. 인수위가 여성정책 전문가들의 의견과 현장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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