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으로 통쾌한 슛
정치권 벤치마킹하길

아줌마 핸드볼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일명 ‘우생순’이 주는 감동이 신선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이라는 덴마크와 연장, 재연장, 승부슛 끝에 간신히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자 핸드볼 선수들. 이 눈물의 은메달을 따는 과정이 하도 지난하고 힘들어서 감동적이었고, 알고보니 그 팀의 주전들이 나이 많은 아줌마들이어서 다시 한번 찡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우리나라 대표선수단이 핸드볼이라는 종목에도 출전한다는 걸 알게 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 정도로 비인기, 무관심 종목이었던 여자 핸드볼 팀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의아스러웠다. 왜 하필? 더욱이 그 영화가 임순례라는 ‘무게감은 있으나 비대중적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걱정스러웠다. ‘될까?’

이 의심스러웠던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고 여자 핸드볼 팀이 베이징 올림픽 진출 예선전에서 승보를 전해왔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는 이 영화, ‘우생순’. 이 영화의 승전 요인은 실화에 근거함, 리얼리티, 유머와 휴머니즘에 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제작비는 36억원. 그나마 멜로드라마 한편에도 못미치는 이 제작비를 마련치 못해 시사회 이후에야 간신히 투자받을 수 있었단다. 또 주인공 여배우들은 예쁘고 섹시한 외양으로 시선을 끌지 않는다. 오히려 살을 찌워 아줌마 운동선수의 체형에 접근했고, 이 주인공의 삶은 이혼, 불임, 가난으로 결핍과 고통의 한 중간에 있다. 그 와중에서 그들은 땀 흘리고 뛰면서 슛을 날린다. 핸드볼은 이 여성들에게 꿈이고 희망이다.

이 국민 아줌마의 성공기 ‘우생순’은 관객에게 진정성으로 승부한다. 진정한 소통을 갈구하는 관객들의 마음속에 핸드볼 슛처럼 날아드는 통쾌함을 던져준 것이다. 

가짜의 소통으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이다. 얼마 전 모 가수의 괴담으로 온 나라가 뒤집힌 일은 얼마나 우스웠던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승자든 패자든 똑같이 계파싸움으로 그야말로 난리법석이고, 정치인들의 자기 과시는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보통 사람의 땀과 희망을 만나고, 또 자기 과시 없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이때의 인간미란 과장하지 않고 꾸며대지 않는 데에 있다. 뭐든지 좋은 것이라면 자기가 했다고 나서는 가짜들이 많은 세상에서 불감위선(不敢爲先·자기를 내세우지 않음)의 처신은 참으로 돋보이는 미덕이 될 것이다.

진정성의 미학으로 승부한 ‘우생순’, 정치권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리더십의 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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