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파리 시앙스 포에서 한국여성사 강연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파리 시앙스 포에서 한국여성사 강연
  • 장미란 / 여성신문 특파원 (=파리)
  • 승인 2008.02.01 12:10
  • 수정 2008-02-0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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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들 가부장 속에서도 중요한 역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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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3시(현지시간), 파리 6구 생 제르맹 데 프레 거리에 있는 시앙스 포(정치대학)의 아시아연구소에서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이 ‘한국 여성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회에는 학교 관계자들과 한국학에 관심 있는 연구원, 학생, 교민들이 참석했다.

시앙스 포는 프랑스의 정·관계 최고지도자들을 배출해온 역사적인 교육기관으로 세계화시대 프랑스 대학교육제도의 개혁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장은 시앙스 포의 한국학연구소와 한국학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고, 파리3대학과 이미 맺은 파트너십을 확장하기 위해 파리를 방문했다. 이 총장은 강연회에서 “한국 여성들이 가부장제 전통사회의 질서 속에서 억압을 당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말로 서두를 시작했다.

이 총장은 통치 이데올로기로서의 불교와 유교, 정치 지배구조의 성격과 사회·경제적인 배경 등을 통해 여성의 지위를 설명했다. 특히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유교적 이념으로 사회체제가 정비되어감에 따라 부계 중심의 계승구조가 정착되고 내외법에 따라 여성들의 활동공간이 철저히 집안으로 제한되었으며, 정절을 강요하고 간통에 대해 무거운 처벌을 가하는 등 성적 억압이 강화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총장은 억압의 피해자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억압적 조건 속에서도 한국 여성들이 보인 적극적인 활동 내용을 강조했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효를 중심으로 하는 유교적 가족구조 속에서 인정된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권리를 바탕으로 가정관리와 자녀교육의 영역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이 총장은 밝혔다.

오늘날 한국 교육열의 뿌리라고도 할 수 있는 조선시대 여성들의 자녀 교육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장은 조선시대 여성들의 자녀 교육열은 가문의 위상을 높이고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자식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대리만족의 의지도 있었다고 해석했다. 양반층 여성들에 의한 저작·예술활동도 이전 시대에 비해 활발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총장은 19세기 말 개화기로부터 일제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교육이 한국 여성들의 지위 향상에 미친 영향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결론에서 감성, 섬세함, 유연성 등 여성적 특성을 미래의 양성평등사회를 이끌어갈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으로 제시했다.

이 총장의 발제에 대해 ‘사랑에 관한 법들-프랑스의 성 정책(1950~2002)’이란 책으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의 여성정치학자 자닌 모쉬-라보가 토론자로 나섰다.

그는 교육이 여성들로 하여금 경제적인 자율성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실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여성교육이 단지 여성들로 하여금 직업을 갖게 하는 단계를 넘어서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오늘날 여성교육은 여성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무엇보다도 여성 자신들의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와 함께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단순명제에 대해 동의하고, 그 명제를 실천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제거하는 일에 나서는 사람이라고 그는 정의했다.

그동안 많은 진보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현재 이 세상 어느 곳에도 남녀평등이 실현된 곳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각 정당이 선거시 남녀 동수로 공천할 것을 권장하는 ‘파리테’법을 처음으로 시행한 나라다. 하지만 그것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정부로부터 공적 지원금을 덜 받게 되는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남녀 동수 공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자닌 모쉬-라보는 이 총장의 발제 가운데 부드럽고 감성적이고 섬세하며 유연한 여성적 특성이 새로운 문명 창출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가 볼 때 남성과 구별되는 ‘영원한 여성성’의 원형은 없다는 것이다. 남녀간의 차이는 생물학적 차이일 뿐이지 어떤 특성상의 차이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프랑스의 선거 때마다 여성정치인들이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유연성을 내세우며 마치 여성정치인의 유전자가 남성정치인의 유전자와 다른 것처럼 표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그는 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남녀가 오랜 역사를 통해 경험하고 쌓아온 전문적인 경험영역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여성들이 그동안 주로 사적 영역에서 자신들 삶의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남성과 다른 특성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다보면 오늘날 남성들의 특성이라고 하는 것들을 갖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진정한 남녀평등을 위해서는 남성은 사적 영역의 경험을 넓히고, 여성은 공적 영역의 경험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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