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의 기자회견을 봤다. 근래 보았던 연예인들의 기자회견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여러 루머에 시달려온 그는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본 김혜수와 김선아의 무관함을 알아달라며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해프닝도 연출했다. 한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그는 격양된 목소리로 잘못된 사실을 바로 잡아달라고 했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기자회견의 본래 의도와 사건의 진위 여부에 대한 의문을 뒤로 하고서라도, 보는 내내 ‘오죽했으면 저랬을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언론의 ‘~카더라’식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보급되며 ‘국민의 알권리’라는 미명 하에 숱한 추측성, 이니셜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언론의 이런 추측성 보도는 책임지지도 않고 확인되지도 않는 무수한 추측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이 관행처럼 굳어진 연예인 추측성 보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언론들은 나훈아의 괴소문들이 사실인지 캐내기 전에, 잘못된 언론보도 행태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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