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기도로 참회의 업 함께
반야심경 독송, 시낭송, 명상, 미술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재소자 교화활동을 해온 이들은 2001년부터 최고수를 위한 천일기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최고수들과 연관된 피해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형수들을 위한 기도를 하게 되었죠. 그들의 목숨이 아닌 마음을 살려달라고, 참회하는 그 업을 꼭 녹여달라는 마음에서 천일기도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서울구치소 교정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교도소 교화팀 어머니들은 모두 9명이다. 이들은 재소자들과 함께 각자 위치에서 매일 기도를 드리고, 100일마다 모두 모여 절에서와 똑같이 스님과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있다.
간절한 바람이 담긴 이들의 기도는 재소자들의 감형으로 이어졌다. 기도가 200일째를 맞던 날, 전국 50여명의 최고수 중 4명이 무기수로 감형되었다. 이 중에는 교화활동에 가장 열심히 참여해온 재소자인 현월(賢月) 불자가 포함됐다. 2004년 천일기도 회향 즈음에는 또 한명의 최고수가 무기수로 감형을 받았다. 7년째 재소자들의 어머니로 살고 있는 이들에게 교화활동은 더 이상 사람을 가르쳐 착한 마음을 갖게 하는 ‘교화’(敎化) 그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최고수들에게는 생활인 훈련과정이 되고 있으며, 어머니들에게는 배움의 시간이 되고 있다.
교화팀의 윤승혜 선우어린이집 원장과 이옥타 불자는 “재소자들은 순간 잘못으로 평생을 갇혀서 철저히 참회하며 사는데, 되레 우리는 여러 죄를 짓고도 참회하지 않으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인자 한국컬러디자인전문학교 학장은 강단 수업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재소자들에게 그림을 지도한다. 기초부터 배우고 싶다는 그들의 바람대로 체계적인 학습과정을 통해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마음 속에 태양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희망 말이에요. 하지만 참회의 끝은 없습니다. 더욱 진정한 참회를 할 수 있도록 우리가 도와줄 거예요.”
황명숙 고문은 7년의 시간 동안 수용자와 교화자간의 두꺼운 벽이 허물어져 이제는 그들과 하나가 된다는 뜻의 ‘불이지경(不二之境)’까지 온 느낌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인터뷰가 끝나자 어머니들이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출소를 앞두고 8개월 동안 어머니들과의 만남을 지속해온 한 재소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쓴 편지였다.
‘어머니, 그동안 제가 받은 어머니의 큰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꼭 자수성가하겠다고 약속 드립니다. 어머니는 구겨지고 쓰레기통에 버려진 제 인생에 새로운 길을 놓아주셨습니다. 떠나는 저의 가슴 속에 어머니는 진한 회상으로 남겨져 있을 것입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한 재소자의 편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