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임시국회 시작 반발 심해 진통 예고… 막판 ‘빅딜’ 가능성도
노대통령 거부권 가능성·시민단체 등 총공세
“여가부·통일부·해수부 통폐합 반대” 정당도 많아

정부 부처 통폐합 등 지난 16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직인수위와 한나라당이 21일 국회에 원안 그대로 제출함으로써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한나라당은 애초 “미세한 조정은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타협하지 말라”고 입장을 표하면서 원안 그대로의 통과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고, 각 정당들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총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내용에 문제가 많아 심각한 부작용이 분명히 예상된다”며 국회 재의 여부를 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현재까지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 진행 절차가 심각하게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이며 졸속으로 이루어져왔다”면서 “대통령의 철학, 소신과 충돌하는 개편안에 서명하고 수용할 수 있을지,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상당한 파장이 일고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 대부분의 정당도 여가부·통일부·해수부 등의 통폐합을 반대하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일부 반발기류가 감지된다. 지난 16일 인수위가 정부조직개편안을 당 지도부에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일부 반대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해수부 통폐합을 반대하는 국회의원 서명에서도 한나라당 의원 8명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에서는 타협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과 야당 모두 부담스러운 사안인 만큼 초반 극렬한 대치 이후 서로 한발 물러나며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나라당 ‘대국민홍보전’ 주력…

신당·민노·민주 “밀어붙이기 안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현재의 상황은 간단치 않다. 한나라당과 각 당은 오는 28일부터 임시국회를 연다는 것에만 동의했을 뿐 시기와 절차 등을 놓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자칫 장관 없이 새정부가 출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합민주신당 등과 타협하지 말고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고 한나라당에 요청, 뜻을 굽힐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민주신당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법안 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과 인수위는 다각도의 대책을 모색하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발언을 “국회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짓고 대국민 홍보전에 주력하고 있다.

야당으로서 첫 시험대에 선 대통합민주신당은 정부조직개편 특별위원회를 조직, 5차례에 걸쳐 공청회를 열고 별도의 시안마련 계획을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면밀한 검토와 토론을 거쳐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논의해야 하며, 국민의 뜻과 의견이 반영되는 정부조직법개편안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개편안의 문제점으로 ▲경제부처 권력의 비대화 ▲재벌 대기업을 위한 특혜지원 전면화 ▲교육, 여성, 인권 등 사회적 가치의 주변화 ▲통일부 폐지라는 반역사적 조치 ▲21세기 생태친화적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 등을 들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손낙구 대변인은 “개편안은 정부 부처의 공공적 역할을 주변화하고, 힘 있는 부처는 더욱 강화하면서 반대로 통합을 중시하는 사회부처는 약화시키는 ‘강익강 약익약’ 방식”이라며 사회부총리 신설, 중소기업부 설치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심상정 비대위 대표는 “인수위와 한나라당이 정부조직개편안을 국정운영의 용도가 아닌 총선용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한나라당과 인수위가 일전불사의 태도로 정부조직개편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집권을 준비하는 주체가 처음부터 야당과 국민을 무시하려 한다면 또 하나의 오만과 독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역시 “정부 조직을 효율화하자는 게 부처 몇개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꼼꼼한 심의를 강조하고 있다.

유종필 대변인은 특히 “여가부·통일부·해양수산부 폐지에 강력반대하며 이들 부처를 반드시 살려낼 것”이라며 “실용과 효율이라는 미명하에 지난 10년을 무조건 부정하고 과거 개발독재시대로 회귀하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초반 격돌 뒤 ‘빅딜’ 가능성도

임시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초반 격돌 뒤 ‘빅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여론의 견제심리로 인해 총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처음부터 ‘자기들 마음대로 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불안정한 여당’이라는 꼬리표도 부담이다.

정치컨설팅업체 ‘포스 커뮤니케이션’의 이경헌 대표는 “국민들이 ‘여당’에 바라는 것은 ‘안정된 국정운영’이다. 국민들이 보기에 불안해 보이는 여당, 취약해 보이는 리더십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특히 새정부가 국무위원들 없이 출범하게 되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신당을 비롯한 야권은 반대만을 지속할 경우 무조건적인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고, 그대로 통과시켜준다면 ‘야당’이란 이름표가 무색해져 앞으로 힘을 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논의과정에서 통폐합 대상 부처의 수가 조정되거나 명칭이 변경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특히 마지막까지 인수위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었던 통일부의 경우가 ‘빅딜’용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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