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랑스 문단의 ‘앙팡테리블’ 아멜리 노통브
[인터뷰] 프랑스 문단의 ‘앙팡테리블’ 아멜리 노통브
  • 한경미 / 번역가, 자유기고가, 통신원 (=프랑스 파리)
  • 승인 2008.01.25 17:21
  • 수정 2008-01-25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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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된 두 인물의 설전 통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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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해마다 신학기가 되는 9월에 신간소설을 발표하는 아멜리 노통브(Amelie Nothomb).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자서전 ‘이브도 아니고 아담도 아닌’은 그녀의 16번째 소설이다. 21세 때 일본인 약혼자를 만나 결혼까지 할 뻔한 얘기를 자신의 독특한 문체로 실감 있게 살려낸 이 소설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프랑스 문단에서 ‘앙팡 테리블’로 불리며 올해 불혹을 맞은 노통은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스타라고 할 수 있다. 외교관인 아버지의 부임으로 일본에서 태어나 중국,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의 아시아 국가와 미국 등지에서 대부분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낸 독특한 경험을 지니고 있다.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베스트셀러에 올라 ‘베스트셀러 기계’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세계 42개국에서 번역되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의 소설은 주로 대화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격이 서로 다른 두 인물의 날카로운 설전을 통해 인간의 부조리와 허위에 대해 예리하게 파헤친다. 항상 반전의 묘미를 살리고 있는 그녀의 작품은 읽는 재미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벨기에 출신으로 현재 파리와 브뤼셀을 왕래하며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소설 속에 ‘적’이란 개념이 항상 등장한다. 대립되는 인물(적)을 설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12세 때 처음으로 내 안에서 어떤 적대적인 존재가 태어나는 걸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게 바로 ‘내적인 적’이다. 오랫동안 나는 나 혼자만이 내적인 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책을 출판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부터야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이 내적인 적을 지니고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내적인 적과의 지속적인 싸움에서 나오는 힘이 나로 하여금 계속적으로 글을 쓰게 하는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반대로 내가 아닌 타인이 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일찌감치 깨달은 사실인데, 피할 수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적이 있고, 하물며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도 일종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 타인(적)과의 대립은 인간의 숙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글쓰기는 도박과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하루에 4시간씩, 그것도 새벽 4시에서 8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쓰는 다작의 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당신에게 있어 글쓰기(문학)는 무엇인가 ?

“와우, 거창한 질문이다. 문학은 내 인생의 전부다. 글쓰기는 내 표현의 최상의 방법이고 나의 창조다. 난 매일같이 글을 쓰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끼는데, 나도 이유는 모른다. 마치 내가 인류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아니다. 내가 메시아도 아니고 인류에게 전달할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관심이 많은데, 아마도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 글쓰기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게 있어 글쓰기는 삶의 미스터리에 대해, 특히 인간이 무엇이고 인간의 관계는 무엇일까에 대한 이해 작업이다.”

-그런데 왜 하필 새벽 4시에서 8시 사이에 글을 쓰는가?

“글을 쓰기 위해 난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이 시간대에 나오는 에너지가 최고라는 것을 느꼈다. 잠자는 시간이 밤 11시나 12시 정도이니 수면시간이 아주 짧은 편이다. 당연히 한낮에 피로가 오기도 해서 아무데나 눕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으나 이게 내 삶이니 어쩔 수 없다.”

-인간에 대한 관심은 물론, 철학적 사유가 넘쳐나는데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뭔가?

“위에서 일부 대답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의 본성이 무엇일까, 특히 인간간의 관계에 대해,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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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단의 ‘앙팡 테리블’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세간의 관심과 문학비평가들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 작품의 성공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성공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사실 내 책들이 그렇게 쉬운 책은 아닌데 독자층이 아주 다양하다. 교육수준이 특별히 높지 않고, 청소년층처럼 아주 젊은 독자들도 많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쉽지 않은 문학이 아직도 청소년층에 의해 읽힌다는 측면에서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스로 분석해보면 아마도 내 작품 속의 주인공이 느끼는 사회 속의 부동화, 그러면서 느끼는 불안정, 혹은 연인과의 불화 같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학비평가들의 평가는 더 모호하다. 대체로 이들은 두 분류로 나누어지는데, 한 분류는 내 작품을 호평하는 부류이고, 나머지는 악평을 한다. 내가 비평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비평가들이 아니라 독자들이다. 비평가들은 거의 비슷한 말들을 하는 데 비해 독자들은 각자의 경험이 달라서 그런지 한 작품에 대해서도 의견이 아주 다양하다.”

-현 프랑스 문단의 흐름에 대해 알려달라.

“내 생각으로는 현재의 프랑스 문학은 데카당스에 빠져 있어 이전의 전성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신에게로의 귀화, 주로 개인적인 내용에 치우치고 있는데, 현재 프랑스 소설의 4분의 3이 파리 6구(부자동네)에서 일어나는 혼외정사를 다룬다고나 할까? 당연히 재미 없다. 이유는 글쎄, 역사적으로 보면 나라마다 어떤 분야든지 상승과 침체의 사이클이 있는데, 현재 프랑스 문학은 침체단계에 있다고 본다.”

-요즘 프랑스 문단에서 한창 유행하는 자서전 문학, 아니면 주변 이야기 소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나도 가끔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어떻게 보면 독자들이 이미지네이션에 싫증을 느끼거나 아니면 이미지네이션을 신뢰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유감스러운 일인데, 물론 나도 자서전적 얘기를 많이 쓰는 사람 중 하나지만, 그러나 나는 픽션도 아주 좋아한다. 요즘 사람들은 픽션이 자기네 삶과 동떨어진 얘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당연히 그릇된 사고인데 픽션이야말로 문학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은 실제 이야기에 더 관심이 많고 상상의 이야기에는 등을 돌리는데, 사실 상상의 이야기도 실제 이야기 못지않게 사실적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이 아까 이야기한 프랑스 문학의 데카당스에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당신의 최근 소설인 ‘이브도 아니고 아담도 아닌’을 퍽 재미있게 읽었다. 당신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일본에 관한 글에서 특히 더 많은 재능을 보여주는데, 당신의 자서전적인 소설 속에서 실제 경험이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나 되나?

“전부가 사실이다. ‘사랑의 파괴’ ‘두려움과 떨림’ ‘배고픔의 자서전’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 ‘이브도 아니고 아담도 아닌’ 등 내 자서전적인 소설에는 픽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다.”

-자서전과 픽션 중에서 어느 것을 더 선호하는지?

“둘 다 좋아한다. 아까도 얘기했듯이 나의 글쓰기는 인간의 미스터리를 추구하는 것이므로 나 자신의 미스터리든 남의 미스터리든 다 관심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선호하는 게 없다.”



-서양과 동양에서 여성의 지위가 다르다고 생각하나?

“동양도 광범위해서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한국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본의 경우는 아주 다르다. 나의 자서전 ‘두려움과 떨림’에서도 얘기했지만 일본의 사회, 가족, 회사 안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남자에 비해 엄청나게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당신은 이런 남녀 불평등의 사회 모럴을 물려받지는 않았는지?

“내가 일본에서 산 건 5세까지이므로 그런 걸 느끼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대신 21세의 나이로 일본에서 살겠다고 되돌아갔을 때는 당연히 남녀 불평등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일본 회사에서 내가 겪었던 불공평함이 없었더라면 일본 사회가 마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새로운 단어의 의미를 스스로 찾으려고 했던 당신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한 마디로 표현하는 단어를 찾으라면?

“우라라(프랑스인들이 망설일 때 쓰는 의성어). ‘무질서’, ‘혼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현재 어떤 분야에서도 조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화로 인해 여러 계층과 분야에 존재했던 조화로움이 사라진 듯하다. 현재 겪고 있는 세계화로 인해 경제적인 위험과 이슬람 테러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야 하는데, 이 모든 상반적인 요인 속에서 어떤 조화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우리는 엄청난 혼돈시대에 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일본을 엄청 사랑하는 사람으로 일본의 미(美)처럼 감동적인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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