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기능보다 국정 철학으로 접근해야
여가부, 기능보다 국정 철학으로 접근해야
  • 김형준 /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08.01.25 16:33
  • 수정 2008-01-25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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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통폐합보다 성숙기까지 존속시켜
양성평등정책 수립려暉扇?촉매제 역할 해야
2008년 새해 벽두부터 여성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여성가족부를 통폐합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 발표했기 때문이다. 현행 18부 4처가 13부 2처로 축소려뗍ㅅ퓔庸?여가부가 보건복지부에 통합되어 ‘보건복지여성부’로 재편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수위는 “보건복지여성부의 발족으로 여성정책이 축소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여가부를 통폐합시키는 것은 “53년 전 보건사회부 산하 부녀복지과 시절로 되돌아가는 퇴행이고, 미래지향적 부처를 없애는 일이며, 여성정책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부정적이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여가부를 반드시 살려내겠다“는 입장을 밝혀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 검토를 시사하고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지금 여야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와 저지를 위한 세속적인 전략 수립보다는 여가부 존속에 대한 차분한 성찰과 합리적 접근이다.

첫째, 여가부 통폐합 문제는 기능보다는 국정철학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여성권한척도(GEM)는 2003년 63위, 2004년 68위, 2005년 59위, 2006년에는 53위를 기록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조사 국가 75개국 가운데 53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수준이 낮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간개발지수(HDI)는 26위인 데 비해 GEM은 53위에 머물러 두 지표간에 순위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남녀가 고루 교육을 받아 여성의 능력개발은 이뤄졌는데도, 여성이 실제로 누리는 정치럭姸┠사회적 지위나 활동 수준은 대단히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균형 사회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양성평등 사회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노르웨이는 HDI 1위텴EM 1위, 스웨덴은 HDI 5위텴EM 2위를 차지해 종합적인 삶의 질과 남녀 지위 측면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나라들에서 일반국민들은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여전히 양성평등 실현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왜 여가부가 존속해야 하는지 국정철학의 틀 속에서 접근할 수 있는 당위성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다.

둘째, 여성의 삶의 질 제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책들은 이해당사자들의 정책 주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여성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부서의 존속은 실질적인 ‘여성친화적’(women friendly) 정책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미국 50개주에서 선출직 여성의원 수와 여성친화적 정책 수립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선출직 여성의원 점수가 1단위 증가할 때마다 여성친화적 정책 점수가 3.46단위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물며 여가부의 존속은 여성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 양성평등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양성평등 실현과 여성 정치발전 로드맵’이라는 보다 큰 틀 속에서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양성평등 촉진과 관련해 초기 단계에 있다. 따라서 여가부를 생긴 지 7년 만에 통폐합하기보다는 양성평등이 도약단계를 거쳐 성숙단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일정 기간 존속시키는 것이 오히려 실용적일 수 있다.

‘빈곤의 종말’이라는 책을 쓴 하버드대 제프리 삭스 교수는 세계의 빈곤을 종식시키기 위한 첫번째 열쇠는 “극단적인 빈민들이 ’발전의 사다리‘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젠더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진정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발전의 사다리가 필요하다. 여가부는 분명 양성평등을 위한 발전의 사다리를 놓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는 이명박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는 뚜렷한 자기 기능을 갖고 있다. 다른 정부 기관에 흩어져 있는 관련 기능을 모아주겠다”고 발언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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