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장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장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1.18 12:06
  • 수정 2008-01-18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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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행 앞둔‘성인지 예산제도’
"성평등 책무 많이 할수록 경제성과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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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2009년까지 3년에 걸쳐 성인지 예산제도 연구를 총지휘하는 김영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예산센터장을 만나 연구 배경과 특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 센터장은 “국가 예산 전체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시키기 위한 연구는 국내에서도 처음이지만, 세계적으로도 최초”라며 “정부가 성인지 예산제도라는 성평등 책무를 더 많이 이행할수록 경제성과 지표도 높아지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획예산처와 여성가족부 등 성인지 예산제도 주무부처가 다른 부처와 각각 통폐합됐다. 어떻게 전망하나.

“국가재정법을 재개정하지 않는 이상 성인지 예산제도는 예정대로 시행될 거라고 본다. 새 정부에서도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해 긍정적이어서 희망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다수 인수위원들이 ‘실용주의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제도’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추상적이고 의제 중심적인 연구가 아닌 국민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인 연구를 해달라’고 적극 주문하기도 했다.

다만 주무부처의 통폐합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무부처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제도 성공의 핵심 요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바로 기획예산처(새 정부 ‘기획재정부’)에 ‘성인지예산기획단’을 설치하는 일이다.”

-‘성인지예산기획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재 기획예산처 산하에 있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추진기획단’을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쉽다. 디지털예산기획단은 200조원 규모의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발족한 일종의 합동추진체계다. 시행 3년 전인 2004년 5월부터 재정경제부·행정자치부·감사원 등 재정 관련 4개 부처 공무원과 회계전문가(CPA)·IT전문가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해 1월 시행 후부터는 시스템에 관한 전반적인 운영을 관할하고 있다. 성인지 예산제도도 이렇게 하자는 거다. 수주일 내에 구체적인 제안서를 만들어 기획예산처에 적극 건의할 계획이다.”

-2010년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성인지 예산제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보면 남성노인은 대개 한문을 가르치는 훈장 일을 하고, 여성노인은 한과 등을 만드는 일에 투입된다. 노인층도 성별에 따라 일자리가 나뉘며, 이에 따라 총수입도 남성노인이 더 많다. 사회적 일자리사업 예산이 남녀에게 달리 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사전에 분석하고 골고루 혜택을 받도록 예산을 재배정하는 것이 바로 성인지 예산제도의 가장 큰 역할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성과가 예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참여율은 5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거보다 좋은 일자리로 가는 여성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저임금 일자리에 여성들이 몰려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만약 정부가 적절한 예산을 투입해 더 많은 여성들이 적합한 일자리를 갖게 되면, 결과적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늘게 되고 정부 예산도 더 많아질 수 있다. 이는 곧 정부가 성인지 예산제도라는 성평등 책무를 더 많이 이행할수록 경제성과 지표도 높아지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지 예산제도 시행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시급한 과제는.

“너무 전문적이고 어렵다. 용어조차도 흔히 쓰지 않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성인지 예산을 담당하게 되는 공무원들은 쉽게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달라고 요구한다. 일부는 ‘행정 부담이 많으면 제도 자체가 생존할 가능성이 적고, 공무원들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라며 협박(?)도 한다. 반면 여성단체들은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성인지 정책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 사이에 거리가 너무 멀다.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급선무다.”

-연구에 참여하는 기관이 많던데.

“애초에 주무부처인 기획예산처는 성인지 예산제도 책임연구기관으로 우리 연구원이 아닌,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한국조세연구원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연구원이 성인지적 관점의 중요성을 지적해 연구 총괄은 우리가 맡고, 재정 관련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연구 전반과 해외 시행 사례를, 한국조세연구원이 성과관리 지표에 성인지 예산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한국지방재정학회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의 성인지적 분석을 각각 담당했다.”

-전공 분야가 다양하다. 생각의 차이를 좁히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성인지 예산제도 자체가 새로운 연구과제다. 성인지적 시각을 갖춘 재정학 전문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 발굴이 연구의 중요 과제 중 하나일 정도다. 전문가 풀을 만들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은 향후 성인지 예산제도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처음에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웃음) ‘성인지’라는 용어가 번역이 제대로 된 거냐는 논쟁부터 풀어가야 했다. 예상대로 대다수 재정학 전문가들이 성인지적 시각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이 곧 연구과정이었다. 2~3개월 정도 지나니까 ‘이제야 감이 온다’고 말하더라.”

-올해부터는 어떤 연구를 하게 되나.

“2010년부터 예산안이 적용되려면 2009년에 모든 준비가 끝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연구로 예산서와 작성지침안을 펴냈기 때문에, 올해에는 예산서 확정을 위한 시범적용을 해볼 계획이다. 10개 부처가 대상이 될 것 같다.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의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등이 평가대상이다. 여성가족부·기획예산처 등 주무부처 추진체계도 연구과제 중 하나다.

현재 성인지 예산은 정부 부처에만 적용된다. 지자체는 아무런 법적 조항이 없다. 지자체만큼 국민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추진하는 곳도 없는데 말이다. 지역여성들과의 연계를 통해 조기 제도화를 추진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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