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고 여성을 최고지도자로 선택할까
‘유리천장’ 뚫고 여성을 최고지도자로 선택할까
  • 박의경 /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08.01.18 11:59
  • 수정 2008-01-1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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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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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인류 역사는 자유와 권리의 확대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그 확대 경로에서 여성에 대한 권리는 대체로 다음으로 미루어지면서, 여성에 대한 자유의 인정과 권리의 확대는 그 제도의 완결을 의미하게 되었다. 실제로 각국 민주주의의 진전 정도를 여성의 정치참여 정도와 연계해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시도가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많은 정책 의제와 공약이 설정되는 시기나 사회운동에서도 여성의제는 대체로 선결과제의 뒷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어디에서도 여성의제가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다보니 그 실행과정에서 차별성은 더욱 더 심화된다. 아직도 건재한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과 여성의제는 독립적으로 다루어져야 그 실행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미국, 1920년 여성에게 참정권 부여

미국에서 여성에게 정치적 권리가 허락된 것은 1920년이다. 1869년 와이오밍주를 필두로 해 주별로 편차는 있으나 미국 전역에서 여성에 대한 정치적 권리가 남성과 동등하게 인정된 시기는 수정헌법 19조가 통과된 1920년이다. 이에 앞서 1870년에는 수정헌법 15조를 통해 흑인들에게 이미 선거권을 부여했다. 미국에서 흑인과 여성에 대한 차별조치를 각각 해제한 데는 약 50년의 격차가 존재한다. 여전히 계급과 계층적 사고가 잔존하고 있던 시기에도 권리의 확대는 일단 남성을 통과하여 여성으로 오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수정 15조를 광의로 해석하더라도 여성이 왜 제외되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50년이나 지나서 수정 19조에 여성에게 선거권을 규정하는 내용을 넣어 여성에 대한 정치적 차별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여성문제는 일반적 조항이 아니라 여성을 규정한 특별 조항을 통해야만 해결된다는 명백히 차별적인 사고가 여기에도 존재한다.

여성이 선거권을 얻은 지 90년, 흑인이 투표권을 얻은 지 140년이 되어가는 2008년 현재 미국의 대선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 상황에서 여성대통령 나올 수 있을까

2007년 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2008년 새해 벽두부터 미국의 대선이 화젯거리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가 점쳐지는 가운데,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각각 여성과 흑인이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대선은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과연 ‘여성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흑인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두 가지 질문 모두 한마디로 결론 내리기 어려운 게 미국의 현실이다. 많은 부분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그렇지 못하다. 2007년 국제의회연맹(IPU)과 유엔개발계획(UNDP)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여성의원 비율은 16%로 전세계 평균 14%를 약간 상회한다. 순위로는 68위로서 네팔, 파나마, 볼리비아, 그리스, 카자흐스탄 등과 유사한 수준이다. 스웨덴의 47.3%, 노르웨이의 37.9%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UNDP의 인간개발 보고서에서 미국의 인간개발지수(HDI)는 12위를 차지한다. HDI 10위권에 속하는 국가들의 여성의원 비율은 대부분 미국을 상회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소선거구제인 미국의 선거제도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비례대표제에 비해 소선구제 하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낮아지는 것은 세계적 현상으로 남성중심사회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다.

결국 여전히 남성중심적 가부장 사회로 건재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 미국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정에서 민주당의 강력한 후보로 나서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의 향후 진로가 과연 어떠할까?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세계 모든 나라의 중대 관심사이자 이제 전세계 여성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세인·언론, 힐러리 눈물에 주목한 이유

2007년 말까지만 해도 소위 ‘힐러리 대세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2008년 들어서 경선이 일단 시작되자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최초의 경선이라 할 수 있는 2008년 1월3일의 아이와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힐러리는 3위로 밀렸다. 상황의 대반전을 노리는 오바마의 극적인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여론조사 기관과 모든 언론이 오바마를 주목하게 되었지만 이어 열린 지난 8일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는 힐러리가 다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3%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아직도 언론은 접전으로 보고 있다. 2월5일 슈퍼 화요일에는 10여개 주에서 예비선거와 당원대회가 열린다. 양자 모두 중대한 고비이겠지만 이 과정은 앞으로 8월까지 7개월여를 남겨놓고 있는 대장정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아 어느 방향으로 미국의 여론이 움직일지 명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지난 2년여 동안 민주당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여온 힐러리의 대세론이 어떤 이유로 꺾이기 시작했는가 하는 것이다. 힐러리의 하락세가 눈에 띄기 시작한 시기는 2007년 12월부터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선거사무실 인질사건 등 여러 가지 사건과 함께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리는 오프라 윈프리의 오바마 지지선언 등이 중요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것은 한 여론조사 기관의 발표다. 2007년 12월21일 여론조사 기관 조그비 인터내셔널은 이렇게 발표했다.

“지금 당장 선거가 실시될 경우 오바마 의원은 모든 공화당 후보에 대해서 승리한다. 반면 클린턴 의원은 일부 공화당 후보에게는 승리하지만 허커비, 줄리아니, 매케인 등 유력 공화당 후보에게 모두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여성을 최고지도자로 선택하는 것이 그야말로 지난한 과정이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여성이냐 흑인이냐의 문제로 단순화시키기는 어려우나 이러한 선택에 직면할 때 여전히 남성중심 사회의 가부장적 속성은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게 된다. 힐러리 클린턴에게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던 ‘유리천장‘이 드디어 그 위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두번째, 1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 패배 이후, 1월8일 뉴햄프셔에서의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이오와 이후 모든 여론조사는 오바마 쪽으로 급선회했다. 10%의 격차를 보인 조사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리 나타났다. 모든 언론은 예비선거 직전에 보였던 힐러리의 눈물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대중에게 접근할 때 감성은 중요한 무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이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남성 사회는 여성이 들어가기 어려운 장벽과 장치를 곳곳에 설치해놓고 있지만,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여성은 남성성으로 무장하고 남성 사회에 들어선다. 그야말로 남성보다 더 남성다운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힐러리에게 경선 초입부터 어려움이 닥쳤다.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 있는가”라는 어떤 시민의 질문에 힐러리는 “나도 때로는 너무 힘들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여기에 사람들과 언론이 주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힐러리에게 적용되는 이중잣대

여전한 남성중심의 사회는 남성 사회의 장벽을 뚫고 들어선 남성적 여성전사에게 여성성이 있어야만 선택하겠다고 한다. 무장해제 시켜놓고 무기가 없어 안되겠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에게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전히 여성에게는 이중잣대가 적용되는 불균형적인 세상에서 힐러리의 행로가 무척이나 길고 고단해 보인다. 

프랑스혁명 당시 여성의 투표권을 주장하다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올랭프 드 구주 이후 200여년이 흐른 지금, 미국에서 나타난 여성대통령 후보의 존재와 가능성 그 자체는 역사의 움직임을 긴 호흡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여기에 힐러리의 깊이 파인 주름이 일상에서 허덕이는 우리네 보통 여성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설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시간은 흐르고, 역사는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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