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별 정책 성별 영향 평가로 성주류화 지속적 추진 보여야
여성의 지위향상 갈길 먼데 여성가족부 폐지 대안 모색을

‘작지만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며 착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18부4처를 13부2처로 축소 조정하는 과정에서 여성가족부는 예상대로 보건복지부와 통합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즉, 보건복지부가 여성가족부, 국가청소년위원회 및 기획예산처의 양극화민생대책본부를 통합한 ‘보건복지여성부’로 재편된다고 한다.

흔히 여성 관련 조직과 예산이 확대될 때는 가장 마지막 순번으로, 폐지될 때는 첫번째로 잘린다는 상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여성부가 처음 신설되던 2001년 2월에 비해 한국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여성 전담부처를 폐지해도 될 만큼 눈에 띄게 향상된 것 같지는 않은데, 청소년과 양극화 민생대책까지 책임져야 하는 거대 ‘보건복지여성부’가 과연 여성과 가족을 위해 얼마나 기능할 수 있겠느냐는 여성계의 우려가 더욱 커질 듯하다.

그러나 이제 여성가족부 폐지가 기정사실화된 이상 앞으로 어떻게 양성평등을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안 모색에 집중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그동안 여성가족부에서 추진해온 여성정책 및 가족정책 중 복지와 연관되는 업무들은 복지부와 통합되어도 크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복지 차원에서 여성·가족 업무를 통합적으로 접근한다면 오히려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성평등사회의 구현을 위한 주요 전략으로 추진해온 성주류화 및 성인지 정책(성별영향평가 등)은 복지 마인드 접근방식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인수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양성평등위원회’를 보건복지여성부 소속 심의의결 기구로 존치(?)시킨다고 하는데, 복지부 하의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성주류화를 추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면서 성주류화를 위한 여성부의 역할이 소홀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또 성주류화를 위한 성별영향평가나 성인지 예산 등의 업무는 과 단위의 업무에 그쳐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성주류화를 위한 성인지 정책 추진은 여성가족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처의 정책에 도입되어야 하는 것이다.

타 부처와 수평적 관계에 있는 여성가족부로서는 타 부처의 업무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수 없는 실정이어서 추진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리하여 2003년에는 ‘여성발전기본법’에 규정을 신설하여 각 부처를 총괄하는 국무총리를 의장으로 하고 각 부처 장관이 모이는 ‘여성정책조정회의’를 구성하였던 것이다.

이제 그나마 여성정책 전담부처도 폐지된 마당에서 양성평등정책을 ‘보건복지여성부’에 맡기는 것은 성주류화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만일 성주류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반드시 국무총리 하에 가칭 ‘성평등처’ 또는 ‘성주류화추진단’과 같은 조직을 만들고, 국무총리가 나서서 각 부처의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성인지적 예산 편성, 각종 위원회 여성 참여 등을 꼼꼼히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재 국무총리 하에 ‘여성정책조정회의’가 구성은 되어 있으나 이러한 비상설 기구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행정조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

성평등처(가칭)와 같은 조직이 국무총리 하에 신설된다면 어떤 면에서 여성부, 여성가족부와 같이 ‘여성’을 앞에 내세우고 성주류화를 추진하던 때보다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성평등처(가칭)의 신설을 간곡히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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