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로 변신하는 남영숙 외교통상부 FTA 교섭관
교수로 변신하는 남영숙 외교통상부 FTA 교섭관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1.18 10:59
  • 수정 2008-01-1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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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대 설 여성 통상협상가 양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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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언젠가는 학교로 돌아가야겠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드디어 오랜 꿈이 이뤄진 거죠. 지난 18년간 국내외 현장을 누비며 쌓은 경험과 지식을 미래의 통상협상가 양성에 쏟을 겁니다.”

지난해 4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여성협상가로 주목받았던 남영숙(46) 외교통상부 FTA 교섭관이 오는 3월부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변신한다. 그는 봄학기부터 국제통상과 국제경제, 개발협력 분야를 강의할 예정이다.

남 교섭관은 “젊은 학생들을 만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되고 설렌다”며 “학생들이 보다 폭넓은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진로문제도 함께 고민해주는 언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남 교섭관은 1980년대 초 서슬 퍼런 5공화국 시절 ‘여당 실세’였던 남재희 전 의원의 딸이다. 하지만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 시위주동 혐의로 철창 신세를 지는 등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걸은 ‘386 운동권’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84년 대학 졸업 후 운동권 동지였던 예종영(47·고려대 정치외교학 교수)씨와 결혼해 함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94년 스탠퍼드 대학에서 국제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동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개발경제학과 여성학을 가르쳤다.

남 교섭관은 “당시 밤 늦도록 학생들과 토론하고 배우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고 보람 있었다”며 “국제협상의 현장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단에서 더 큰 배움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남 교섭관은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국제통상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그는 한국인 최초로 OECD에 입사해 종신직(정년 65세)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입사 6년 만에 사표를 내고 2005년 고국으로 돌아와 정보통신부를 거쳐 외교통상부에서 각종 FTA 협상을 이끌었다. 그는 한·미 FTA 협상 당시 통신분과장을 맡아 기술표준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미국측 요구에 “Over my dead body(내 시체를 밟고 가라)”라며 배수진을 쳐 결국 미국측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다. 

남 교섭관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과 FTA 협상을 담당했을 때 파트너의 절반은 여성이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개 외국 협상단의 경우 절반은 여성”이라며 “아직은 미미하지만 최근 들어 대학을 비롯해 변호사·교수 등 전문가 그룹에서도 많은 여성들이 통상분야에 진출하길 희망하고 있어, 앞으로 10년 내에 수석대표나 분과장에 여성 비율이 크게 늘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많은 여성들이 국제통상 협상가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은 첨예한 사안에 대해 관계부처나 이해단체간의 입장을 조율해내야 하는 고단한 직업”이라며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여성협상가를 키워내는 일에 전력을 쏟고 싶다”고 말했다.

남 교섭관은 수업에서 개발협력 중에서도 공적개발원조(ODA)에 주력할 계획이다. 남 교섭관은 “지금까지는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원조를 받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적었지만, 점차 정부와 민간에서도 ODA에 대해 관심이 늘고 있다”며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개도국을 돕는 활동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도국의 경우 여성인권이 상당히 열악한데, 지원되는 예산이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세심하게 분석하고 정책을 입안하지 않으면 같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ODA 분야의 여성전문가가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운동권 출신으로 FTA 협상팀장을 맡은 것에 대해 부담이 없었느냐고 묻자 “이념의 틀이나 기존의 사고체계에 얽매이기보다는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봤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면서 “현실 정책에 참여하면서 FTA가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일했다”고 답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모델에 대해서도 ‘누구누구’가 아니라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 변화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마다하지 않고 현실정치에 뛰어드는 지식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측과 FTA 협상문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는데 국회 비준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조기에 통과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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