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서 부르는 희망노래
"수입 없어도 누군가에 위안된다는 건 큰 기쁨"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화요일인 지난 15일 오후 7시, 퇴근을 서두르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이 이어지는 지하철 7호선 이수역 내에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래의 주인공은 이수역 만남의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통기타 가수 공소야(44)씨.

이날도 그는 추운 날씨와 적은 관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 ‘나 같은 건 없는 건가요’ ‘그 겨울의 찻집’ ‘일어나’ 등 친숙한 3040 노래가 대부분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도시철도공사는 2000년부터 레일아트, 이일공 등 공연 전문기관과 약정을 체결하고 지하철 예술무대를 공동운영하고 있다. 공씨도 2003년 레일아트에서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후 지하철 역사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그 후 6년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지하철 예술무대에 선다. 공연 장소는 매번 다르다. 사당역, 이수역에서도 부르고, 동대문운동장역에 서기도 한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악기 등 장비뿐 아니라 전기난로까지 들고 다녀야 한다. 이날 서울 기온은 영하 9도까지 떨어졌다.

“봄, 가을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푹푹 찌는 여름이나, 오늘처럼 살을 에는 것처럼 추운 겨울에는 정말 힘들어요.”

뿐만 아니다. 자신의 앨범을 홍보, 판매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고정수입이 없다보니 지하철 공연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 그래서 지하철 공연을 한 후에는 밤무대로 향한다고.   

그래도 그는 지하철 무대를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

“수입을 생각하면 지하철보다는 밤무대 공연을 늘리는 게 낫겠죠. 하지만 지하철 무대는 많은 승객들이랑 소통할 수 있고 바로바로 반응이 와서 좋아요. 제 노래 때문에 힘이 난다는 시민들도 있고, 고정 팬도 생겼어요.(웃음)”

지하철 무대만 골라 다니다보니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몇년 전 동대문운동장에서 공연을 하는데, 어느 아주머니가 노래를 듣다가 막 우시더라고요. 하루 종일 가출한 딸을 찾으러 다니느라 힘드셨대요.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자신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위안이 된다는 기쁨 때문에 공씨는 오늘도 어두컴컴한 지하도에서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지친 승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노래에 귀 기울일 때면 추운 날씨도, 무명(無名)의 설움도 잠시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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