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긴 이랜드 사태 노사 교섭 ‘평행선’
해넘긴 이랜드 사태 노사 교섭 ‘평행선’
  • 홍지영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1.11 13:30
  • 수정 2008-01-11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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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르지만 말아달라는게 잘못인가요”
천막농성 조합원들 “빨리 해결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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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농성장에서 추운 겨울을 나고있는 이랜드 조합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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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정문 앞에 설치된 이랜드 천막농성장. 찬바람이라도 들어올까 겹겹이 둘러친 비닐 천막은 고층아파트와 빌딩에 둘러싸여 더욱 초라해 보였다.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이따금씩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 말고는 주변이 조용했다. 천막의 한쪽 귀퉁이에는 천막농성 15일째를 알리는 작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2평 남짓한 공간에 노조 조합원 5명과 엄마를 따라 나온 초등학생이 앉아 있었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의 냉기를 차단해주는 것은 두꺼운 스티로폼과 전기장판, 전기난로가 다였다. 이들은 이곳에서 쓸쓸한 새해를 맞고 있었다. 

홈에버 인천 부월점에서 7년 넘게 가전담당으로 일한 이랜드 일반노조 여성국장 윤송단(42)씨는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이 이 교회 장로로 있다고 해서 혹시라도 교회가 나서 박 회장과의 만남이라도 주선할까 싶어 이곳에 농성장을 꾸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노조 집행부와 이곳 교회의 김학진 행정목사가 단 한차례 만남을 갖긴 했지만, 천막농성 직후 박 회장이 서둘러 장로직에서 사임했을 뿐 별다른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

윤씨와 함께 이곳 농성장에 나온 사람들은 홈에버(구 까르푸) 부천중동점에서 근무했던 조합원들이다. 분회별로 4~5명이 한 조를 이뤄 교대로 24시간씩 농성장을 지키는데, 이날은 중동분회 차례라고 했다.

농성 200일(8일)을 앞두고 어려움도 많다. 우선 초기 활동하던 조합원 800여명 중 절반인 400여명만 남았다. 또 대부분 조합원들이 기혼여성이라 남편, 아이, 시댁 눈치 보느라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시댁에서 제명된 지 오래”라며 웃어 보였지만 “끝이 안보이는 투쟁이 지속될까봐 속으론 조바심이 난다”고 했다. 또 일터에서는 주5일 근무에 이틀은 꼬박꼬박 쉬었는데, 농성이 본격화되면서 쉬는 날도 없이 달려와 육체적 피로도 가중된 상태다. 이들은 반찬값이나 아이 학원비라도 벌어볼 요량으로 나왔는데, 노사간 교섭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수산담당으로 6년간 일한 박모(50)씨는 “매일 9시간씩 일해봐야 월 80만원도 안되는데, 그 돈도 아까워서 못주겠다고 하니까 솔직히 이제는 너무 힘들고 지쳐 현장에 돌아가 일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박씨는 “예전 까르푸 때 프랑스인 사장보다 박 회장이 더한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11년간 수납업무를 맡아온 최화진(31)씨는 홈에버 이전인 까르푸 정식 오픈 때부터 채용돼 정규직으로 일을 해왔다. 최씨는 “투쟁 100일째만 하더라도 조금만 더 싸우면 되겠지 했는데, 이러다간 올 여름까지 이어지지나 않을지 걱정된다”며 “나도 무늬만 정규직일 뿐 사실상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규직은 홈에버에 단 한명도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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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처음 농성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다고 했다. 처음 점거한 홈에버 상암점과 킴스클럽 강남점 모두 일터였기 때문에 쓸고 닦아가며 행여 진열된 상품이 손상될까봐 애지중지하며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경찰의 과잉진압이 시작되고, 같이 일하던 동료가 수배되거나 구속에 이르고 나니 이제는 악밖에 남질 않았다며 씁쓸해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천막농성장 앞에선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는 뜻의 금식기도회가 기독교대책위원회 주관으로 열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 18개 기독교 단체들이 기독교대책위원회를 꾸린 것이다. 이외에도 보수적 성격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이랜드에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띄운 상태다. 그동안은 주로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연대투쟁을 해왔는데, 이제는 교계도 적극 나서 힘을 보태고 있는 만큼 곧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윤씨는 “이제라도 박 회장이 성실한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면서 “농성이 길어져 행여 교회 성도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현재 사랑의교회 측은 이들 조합원들이 농성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식수, 전기, 화장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조합원들을 만나고 나오니 어느새 해가 떨어져 주위가 캄캄했다. 돌아보니 백열전등 하나가 유일하게 천막농성장을 밝히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이 겨울이 한층 춥겠다’는 생각을 했다.



■ 이랜드 사태 일지



- 2007.6.11~18  뉴코아·홈에버 비정규직(킴스클럽 계산원) 용역 전환 발표

- 2007.6.30  노조원 1000명 홈에버 상암점 점거 농성

- 2007.7.3  비정규직 521명 정규직 전환 발표

- 2007.7.8  민주노총, 이랜드 계열 유통업체 전국 21곳에서 농성

- 2007.7.10  이랜드 노사 대표 교섭 결렬

- 2007.7.14  경찰, 노조원 26명 연행

- 2007.7.16  시민단체 ‘나쁜 기업 이랜드 불매 시민행동’ 발족

- 2007.7.29  노조원 킴스클럽 강남점 재점거

- 2007.10.1  비정규직 여성 노조원 13명 ‘서울지방노동청장실’점거

- 2007.12.20  노조간부 33명 부당해고

- 2007.12.21  서울 사랑의교회서 천막농성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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