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 상생의 생명관은 바로 동물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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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운영 / 자유기고가
  • 승인 2008.01.11 11:55
  • 수정 2008-01-11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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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병 교수 ‘한국의 생태사상’
인간·자연 공존 선조의식 담아

 

‘쌍구도’
‘쌍구도’
일찍이 우리 선조들은 자연친화적이고 생태적인 사고와 정서를 지녀왔다. 이것은 근래 전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웰빙, 로하스, 슬로라이프의 실질적인 토대로, 서구문명이 가져온 자연과 유리된 공격지향적인 삶에 지친 사람들이 찾은 안식처라는 개념과는 그 기원을 달리하고 있다. 또한 중국 유가의 ‘인간중심주의’와는 그 사고의 형태를 달리한다. 즉 우리는 원래 삶의 저변에 전통적으로 생태적인 마인드를 갖고 생활을 해온 것이다.

선조학자들의 생태적 사상

박희병 교수의 저서 ‘한국의 생태사상’을 보면 고려시대의 재상이자 문인 이규보는 ‘만물일류(萬物一類)’라 하여, 만물이 근원적으로 하나라고 가르쳤다. 그리고 ‘조물주론’에서 보이는 미물조차 귀히 여기는 그의 마음은 고스란히 애민사상으로 이어져 동국이상국집의 ‘동명왕편’ 같은 민족의 웅장한 기상을 노래한 서사시를 낳았다.

화담 서경덕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철학으로 연결된 뛰어난 ‘철리시(哲理詩)’를 남겼다. 그는 인간이 ‘절제’할 줄 아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자연히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연결된 현실참여적인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홍대용은 실학파의 한사람으로 생명 가진 것은 모두 평등하다는 ‘만물평등’에 입각하여 인간과 만물의 관계를 고찰하였으며, 이런 그의 사고는 ‘의산문답’이란 작품 속에 잘 녹아 있다. 그의 생명존중사상은 백성의 어려움을 보살필 줄 아는 이용후생, 실사구시의 ‘실학’을 낳았다.

또한 그의 만물평등사상은 중국 이외에는 다 오랑캐라고 여기는 ‘화이관’을 극복하여, 조선도 독자적인 국가라는 주장을 하게 되는 근거가 되었다.

연암 박지원 역시 실학파의 한사람으로 우리 국문학사에서 큰 획을 긋는 역할을 하였다.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생생하고 현실적인 문체는 기존의 중국 것을 답습하던 문학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연암 역시 자연 속에서의 생생한 관찰을 통해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다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기존의 인간중심 사고로 인한 폐해를 비판하는 ‘호질’ 같은 작품을 낳았다.

이렇듯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모색했던 우리의 선조들은 치밀한 자연관찰을 통해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소중하다는 만물평등사상을 지녔고, 그러한 생태적 사고는 ‘종(種) 차별성’을 극복하는 동시에 백성의 고달픔을 살펴보고 국가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현실참여의 학문으로까지 나아갔던 것을 알 수 있다.

보신문화, 과연 전통일까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생명존중사상을 바탕으로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모색해왔다.

간혹 보신문화가 전통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이 많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를 잡는 것은 극히 일부에서 있던 일로 “무슨 전통이냐, 개는 잡아먹는 게 아니라고 했다”는 말씀들을 하고, “개를 잡아먹은 집에 불상사가 생기면 기르던 개를 잡아먹어 벌을 받은 거라고 마을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옛날 우리나라의 소백정에게는 소의 명줄을 한순간에 끊는 것이 기술이자 자부심이었고, 소가 듣고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은어를 사용하여 소의 혼이 편히 하늘나라로 가도록 배려하고자 했다. 또 백정 스스로는 육류와 주류를 금기로 하는 금욕적인 절제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천대를 받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실 고기를 먹는 것은 나쁘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사람은 천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하지만 동물을 죽이는 행위가 사람에게 정신적으로 좋지 못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런 행위나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장 천시하게 되었으리라는 짐작을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옛날부터 한 집에서 더불어 먹고 사는 동물은 사람이나 짐승을 가리지 않고 생구(生口)라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은 대량축산 방식으로 볼 때 소든 돼지든 닭이든 이미 전통과 단절된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많은 동물을 가두어 키우고, 더 많이 먹으며, 식용동물의 종류를 더 늘려 산업화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는 것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음식문화를 보아도 이 땅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영향을 받아 채소요리가 발달하고 채식 위주로 살아왔다. 그리 살아온 체질은 그대로 유지되어 고깃집 아니면 밥 먹을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인 요즘에 많은 병을 얻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서 이런 선조들의 상생의 생명관을 찾아보기는 어렵게 되었다. 일제의 핍박과 6·25전쟁, 남북분단, 청산되지 못한 과거, 서구자본주의의 유입과 산업화, 고도의 압축성장으로부터 농업 포기정책과 도시 집중,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 발전, IMF사태와 구조조정, 값싼 중국 상품의 유입, 실업자와 비정규직의 양산, FTA의 위협에 이르기까지. 각박한 우리네 삶과 문화를 돌아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이라 해서 모두가 전통은 아니다. 전통(傳統)이란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문화유산 중에서 현재의 생활에 의미와 효용이 있는 것’을 말하고, 인습(因襲)이나 악습(惡習)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관습 중에서 합리적, 진보적 관점에서 그 가치가 의심되거나 부정되고 있는 것’을 뜻한다.

우리에게는 우리 선조들의 생명을 살리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전통을 되살리고 더욱 발전시켜 후손에게 이어지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동물사회에서도 이타적인 행동으로 평화로운 사회를 조직해가는 것이 성공적인 생존전략이라 하거늘, 이러한 노력은 우리가 살아남기 위한 중대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본 기고는 ‘숨’ 창간호 ‘전통에서 밝은 미래를 본다’의 내용을 간추려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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