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비평가 등 다양한 면모 드러낸 수잔 손택 유고 평론집 ‘문학은 자유다’
작가 비평가 등 다양한 면모 드러낸 수잔 손택 유고 평론집 ‘문학은 자유다’
  • 김나령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1.11 10:16
  • 수정 2008-01-11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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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문학·현실·이상 넘나드는
마지막 육성 생생하게 들린다
‘미국의 지성’ 수잔 손택의 사망 3주기를 기념해 유고 평론집 ‘문학은 자유다’(이후)가 출간됐다.

이 책에 실린 16편의 글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던 말년에 쓴 글들로, 죽기 전 병상에서까지 고치고 다듬으며 애정을 쏟은 글이다. 작가로서의 진솔한 면모를 드러낸 평론은 물론 특유의 독설로 거침없이 미국 사회를 비판한 정치평론도 실려 있다.

책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아름다움에 대하여’는 문학평론을 모은 것으로 치열한 독서가이자 문학평론가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손택은 아름다움의 속성에 대해 고찰하고 특유의 작가론, 문학론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또 레오나드 칩킨, 안나 반티, 빅토르 세르주 등 한국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손택이 문학작품을 읽는 방식은 매우 촘촘하다. 실제 손택은 장서 1만5000권을 보유했던 열렬한 독서가였다. 한편의 원고를 완성하기 위해 무려 3000장이나 되는 원고를 메워 넣었다가 내용을 추려내는 성실한 평론가였다.

그는 문학이야말로 세계와 연결하는 통로이자 탈출구라고 고백한다.

“문학, 세계문학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국가적 허영, 속물주의, 강압적 지역주의, 알맹이 없는 교육, 결함 있는 운명과 불운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길이었습니다…문학은 자유였습니다.” (‘문학은 자유’ 중에서)

1부에서 문학평론가이자 작가로서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면, 2부 ‘미국의 야만성’에서는 거침없이 미국 사회를 비판했던 비평가 손택의 모습이 드러난다.

손택은 누구도 미국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던 9·11참사 직후 거침없이 비판의 글을 쏟아내 당시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다.

“나는 미국인이자 뉴욕 시민이며 충격에 질려 있다. …실제 일어난 일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사이의 간극, 실질적으로 모든 공직자들과 텔레비전 논평가들이 유포하는 독선적 헛소리와 노골적인 거짓말은 놀랍고 절망스럽다.”

손택은 9·11참사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기습공격에 의해 촉발된 전쟁’이나 ‘경쟁적인 두 문명의 충돌’이라는 기존의 두 견해 모두에 반대한다. 또 “미국 정부가 이 사건을 계속해 전쟁이라고 묘사하며 대규모 폭격작전을 수행한다면 위험성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3부 ‘투쟁의 독자’는 오스카 로메로 상, 독일 서적출판조합 평화상 등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연설한 내용이다. 1, 2부에서 드러난 문학적, 정치적 주제를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손택은 문학과 정치, 텍스트와 현실을 전천후로 넘나들며 독자들과 교감한다.

이처럼 손택은 작가, 비평가, 사회운동가,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면모를 지녔으며 모든 임무에 충실했다. 이 책을 펴낸 손택의 외아들 데이비드 리프는 이런 어머니를 두고 ‘열의’라는 단어가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어머니는 뭐든지 경험하고, 맛보고, 어디든 가보고, 해보고 싶어했다. …어머니 관심사의 음폭이 어찌나 넓은지 헤아리기 어려웠고 따라갈 수도 없었다.” 

열정적으로 삶과 문학,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워나갔던 평론가 수잔 손택. 그가 들려주는 마지막 육성은 여전히 생생하고 뜨겁다.



수잔 손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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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뉴욕 출생. 생전 미국 최고의 에세이 작가이자 문화평론가로 명성을 떨쳤다. 66년 평론집 ‘해석에 반대한다’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극작가,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사회운동가로 끊임없이 변신했다. 미국 펜클럽 회장(87~89)을 맡고 있는 동안 서울을 방문해 한국 정부에 구속문인의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 ‘뉴욕 지성계의 여왕’ 등 숱한 별명과 명성을 얻었던 손택은 2004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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