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가능성 돋보여" vs "양성평등 철학 부재"

 

“구체적 경험에 근거한 실현가능한 정책을 제시했다.”

“여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여성공약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엇갈린 평가를 내놓았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첫번째 역할은 이 벌어진 간극을 메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정운영 경험이 정책 현실성 높여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 당선인의 실사구시적인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 교수는 “지난해 11월30일 열린 여성정책 토론회에서 여성가족부 존치와 보육시설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세가지 핵심 여성정책에 대한 이명박 당선인의 답변을 들으면서 고민도 많이 하고 준비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특히 여성 인적자원 활용에 대해 의료·법률 등 여성이 강점을 발휘하는 서비스 영역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책의 구체성이 돋보였다”며 “서울시장 재임 시절 쌓은 시정운영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2월5일 본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여성공약 평가 토론회에서 “경력단절 여성과 노인여성들의 취업 요구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제시했고, 매년 2000억원을 투입해 10만개씩 일자리를 만든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밝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는 “이 당선인의 공약에 따르면 2008년에는 여성 인적자원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한 법·제도 마련에 힘을 쏟고, 2009년부터 본격 시행하는 것으로 설계돼 있다”며 “당장 올해부터 시작되는 각종 개선작업에 당사자인 여성을 많이 포함시키는 등 성인지적 경제정책의 구조적 토대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이어 “인수위원장에 여성을 임명한 것은 잘했지만, 인수위원 30%를 여성으로 구성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여성인재 등용 공약이 생색내기로 그치지 않으려면 좀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정책 여성차별 개선의지 불투명

이 당선인이 제시한 여성정책과 관련해 “양성평등 철학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전체적으로 볼 때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계승한 부분도 있고, 일부의 경우 더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대 핵심인 여성정책의 추진체계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차 입법심의관은 또 “일례로 여성의 일자리를 확대하고 교육훈련 기회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 장벽과 이탈의 원인이 되는 노동시장 안에서의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책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인실 교수도 “일자리를 대폭 창출하고 여성 유망직종을 발굴하겠다는 ‘훌륭한 말’들은 많지만, 소위 ‘괜찮은 일자리’는 아니다”라며 “이 당선인의 공약에서 여성은 여전히 노동시장의 보조적 위치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어 “공약과 정책은 다르다”며 “이명박 당선인에게 여성공약은 있지만 여성정책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례로 이 당선인의 여성공약집을 보면 보육정책은 풍성하지만 앞으로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며 “여성정책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것은 여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공약은 차기 정부의 청사진임에도 불구, ‘당당한 여성’처럼 추상적 단어와 슬로건으로만 제시됐다”며 “아직까지는 여성정책이 엉성한 구조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성이 인수위원장을 맡았다는 상징성은 높지만 이것만으로 여성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며 “슬로건 공약의 한계를 풀어나가는 것이 인수위의 중요 역할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진보 아젠다 적극 포용해야

상대적으로 진보 아젠다인 여성정책이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에서 얼마나 수용될 수 있는가도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김형준 교수는 “경제문제에서는 성장과 자율, 경쟁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강조하더라도, 사회문제에서는 진보적 아젠다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의 진보정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보수정책을 수용하려는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보수정권이니까 사회적 진보 아젠다를 소외시킬 것이다’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는 등 사회적으로 진보정권 못지않은 적극성을 띠어야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변화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정책전략센터 소장은 ‘사회·문화적 여건을 고려한 실용정책’을 당부했다.

변 소장은 “이 당선인이 후보 시절 장·차관을 임명할 때 같은 조건이면 여성을 우선 임명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실적으로 남성이 더 나은 조건을 가질 수밖에 없어 헛공약에 그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변 소장은 이어 “남녀가 같은 조건에 놓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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