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지르 부토는 누구인가
베나지르 부토는 누구인가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1.04 14:04
  • 수정 2008-01-04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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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여성 악법과 싸운 ‘동방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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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해 12월27일 총격 테러로 숨진 베나지르 부토(54) 파키스탄 전 총리는 1947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신생 독립국가를 이룬 파키스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부토는 여성의 정치·사회 활동이 억압된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지도자로서 두차례나 총리를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아버지 줄피카르 알리 부토가 대통령과 총리를 지내는 등 파키스탄 정치 명문가 출신이지만, 투옥과 망명을 되풀이하는 등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을 겪어 왔다.

정치명문가 출신…엘리트 교육 받아



부토는 1953년 6월21일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인 카라치에서 태어났다. 얼굴이 붉어 ‘핑키’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부토는 두 남동생을 제치고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돼 특별교육을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1969~73년)에서 비교정치학을 전공했고, 아버지의 모교이기도 한 영국 옥스퍼드대학(73~77년)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을 공부했다. 옥스퍼드 재학 시절에는 아버지에 이어 아시아 여성 최초로 학내 대표적인 토론그룹인 ‘옥스퍼드 유니언(Oxford Union)’의 회장을 역임했다.

77년 6월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부토는 외교관으로 일하길 원했으나, 2주 만에 아버지 부토 대통령이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모하마드 지아 울 하크의 군사쿠데타에 의해 실각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토의 아버지는 지난 71년 13년간의 군정을 종식시킨 뒤 취임한 첫 민간인 출신 대통령이었다.

부토는 79년 그의 아버지가 교수형을 당하자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창당한 파키스탄인민당(PPP)의 중앙위원을 맡고, 야당연합체인 민주주의회복운동(MRD)의 일원으로 반정부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81년 하크 정권에 체포돼 3년간 가택연금을 받았고, 84년 풀려나자마자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PPP를 재건하고 파키스탄 내 군부독재 반대여론 조성에 나섰다. 86년 4월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 부토는 전국을 돌며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87년 중매로 사업가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와 결혼했다.

민주화운동 주도…첫 여성총리 등극



88년 8월 하크 대통령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그해 11월 파키스탄 총선거에서 PPP가 여당을 누르고 최다 의석을 획득했고, 부토는 35세의 나이에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총리로 당선됐다. 부토는 취임 후 군부독재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민주화개혁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부토는 훌륭한 반독재 투사였지만 국정운영 능력은 부족했다. 그는 본인과 남편의 부패혐의로 91년 실각했다. 93년 10월 총선에서 승리해 두번째 총리에 올랐으나 남편의 부패혐의가 불거지면서 96년 또다시 실각했다. 부토의 남편 자르다리는 ‘미스터 10%’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이권사업마다 개입해 뇌물을 받아 챙겼으며, 각종 부패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는 부토가 총리에 재임하던 시절 환경장관과 상원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99년 군부정권인 무샤라프 정권이 출범하자 자발적으로 해외 망명길에 올랐던 부토는 지난해 10월 8년 만에 귀국해 최근까지 파키스탄의 민주화운동을 이끌어왔다. 귀국 당시에도 자살폭탄테러를 당했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27일 아버지가 교수형을 당했던 라왈핀디에서 총격 테러로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파키스탄에 민주주의가 회복될 때까지 잠들지 않을 것’이라는 묘비명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었다.

부토의 두 남동생도 그의 아버지와 누나와 마찬가지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것으로 유명하다. 막내 동생인 샤흐나와즈는 85년 프랑스에서 의문사했고, 또 다른 남동생인 무르타자는 96년 카라치 자택 앞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부토가 맡았던 PPP 의장직에는 부토의 유언에 따라 그의 아들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19)와 남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51)가 공동으로 맡았다. 파키스탄 선관위는 부토의 사망으로 혼란에 빠진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 8일로 예정된 총선거를 한달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부토는 지난 95년 총리시절 ‘여성 세계상(Women’s World Awards)’을 수상했다. 올해 4월에는 자서전 ‘동방의 딸’을 펴냈다. 그가 피살된 후 지난 1일 아일랜드 티퍼러리 평화총회에서는 티퍼러리 평화상 수상자로 부토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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