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칠레 정부의 여성정책은 ‘국가와 가정에서의 민주주의’라는 큰 틀 속에서 사회적 요구에 대한 대응으로 나타났으며, 정권별로 단계화하여 구분해볼 수 있다.

여성정책 전담기구와 부처간 긴밀한 협력

우선 아일윈 정부에서는 여성정책 전담기구인 ‘세르남(SERNAM)’을 창설하여 부처별로 분산돼 있던 여성 관련 정책들을 통합 조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민간정권 이양기에 나타난 다양한 이슈들-이혼, 낙태, 가족계획, 빈곤가족, 환경, 주택, 교육, 보건, 노동권, 성희롱, 성차별 등-이 민간정부 수립 이후 현재까지의 정책 수립과정에 반영돼오고 있다.

에두아르도 프레이 정부에서는 ‘칠레 여성을 위한 평등기회 구상:1994-99’를 통해 여성정책을 통합적 형태로 계획하고 시행하고자 했다. 칠레 정부는 이러한 계획의 수립과 이행이 여성을 위한 공공정책 수립과 이행방향 설정에 매우 긍정적이고, 여성지위 향상에 상당히 의미있는 진보를 가져온다고 평가하고, 민주연합정부의 3단계 여성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남녀평등기회 구상 2000-2010’을 제시하였다. 이 계획은 해당 10년 동안 젠더정책의 수립에 있어 여성의 참여를 확대하고, 정책 수립에 대한 시민사회의 통제를 증대시킨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2000년 3월부터 ‘기회평등을 위한 장관위원회’를 통해 정부내 각 기관들과 공기업에서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 정책들의 시행 여부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장관위원회는 매년 모든 장관들이 이행사항에 대한 협약을 맺음으로써 모든 정부 정책에서 젠더정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90년대 동안 세르남이 가지고 있던 제도적인 취약점을 뛰어넘어 정부 부처간의 정책 조정을 유도해야 했던 부분에서 크게 진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안개혁

세르남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여성정책 관련 법안 27가지를 수정하거나 신설하였다. 그 중에 가장 주목되는 것은 2004년에 개정된 이혼을 허용하는 ‘결혼법’이다. 이 법의 개정으로 칠레 역사상 처음으로 이혼하는 배우자에게 육아와 가족부양에 기여한 부분을 경제적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칠레는 오랜 가톨릭 국가인데다가 피노체트의 장기집권으로 인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매우 강했다. 아옌데 정권기에 추진되었던 ‘이혼 허용’은 민간정권기에 들어서도 보수세력의 반대로 오랫동안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다가 2004년도에 들어서야 성립되었다.

그 외에도 개정된 법안들은 모성보호 관련 입법, 가정폭력 금지와 피해여성 보호에 관한 입법,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 및 근절에 관한 법, 양성평등법, 성폭력의 범위 확대 및 처벌 강화, 임신한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남성에게 4일간의 출산휴가 보장, 세르남 내 가족위원회의 설치 등이 포함되었다.

칠레의 여성 빈곤율은 지난 90년도에서 2000년까지 38.6%에서 20.6%로 감소했다. 이는 최근 칠레의 경제성장과 사회취약층에 대한 정부의 정책에 따른 결과다. 특히 98년에서 2000년 사이에는 빈곤여성이 집중돼 있는 원주민들에 대한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이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을 위해 정부는 ‘자원빈약 여성들을 위한 노동역량 강화 프로그램’ 특히 가장에 대한 프로그램이 92년부터 시작되어 2001년까지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프로그램에는 직업교육뿐만 아니라 개인노동(자영업)의 지원, 성인교육, 보육지원, 보건 및 법률지원 등 광범위한 내용들이 포함되었다. 지방정부와 함께 103개 공동체의 전국 7만여명의 여성들이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후속으로 2002~2005년 기획협력부에서 실시한 ‘칠레 공고화시 스템:가장 빈곤한 22만5000가구에 대한 사회통합 보호’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들에 대한 직접적인 경제적 지원들도 이러한 빈곤 감소에 기여한 바 크다. 이 외에도 빈곤 농촌여성을 위한 프로그램 등도 포함된다. 여성빈곤 근절을 위해 ‘칠레 공고화 시스템’ 내에서 여성가장, 청년여성, 극빈 등에 대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칠레에는 100만가구 이상의 여성가장 가구가 있다. 이러한 가구를 위한 정부의 지원도 중요한 여성정책 중 하나다. ‘여성가장을 위한 노동조건 및 고용개선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는 다양한 지원책들을 제공하고 있다. 직업교육 지원 및 직업소개, 소규모 창업지원, 안과·치과 진료 및 예방의료 지원, 초·중등교육 지원, 보육지원 등이 그 골자로 되어 있다. 이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 세르남은 노동부·교육부·보건부를 비롯한 9개 정부 부처와 상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보건정책

칠레의 모성 사망률은 90년에서 2000년까지 거의 50%의 감소율을 보였다. 이는 임신한 여성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향상에 따른 것이지만, 고위험연령(20세 미만과 35세 이상) 여성의 임신도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출산으로 인한 사망률이 모성 사망의 3분의 1에 약간 못미치고 있다.

칠레 정부는 2000년도에 ‘보건권리의무법 프로젝트’를 통해 성별, 성적성향, 종족, 사회·경제적 지위, 이데올로기와 무관하게 동등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을 마련했다. 이후 보건통합시스템(2002년)을 가동하여 모든 질병, 장애, 사망 등의 요인에 대처하도록 하였다.

2001년부터는 정부가 모든 단체에서 성관련 교육을 해당 단체의 기관교육체계에 포함시키도록 하였다. 세르남은 ‘책임 있는 성’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을 비롯해 사회 전반에서 건전한 성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칠레 사회의 여성보건 문제 최대 현안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의 방지, 특히 15세 미만 청소년의 임신 방지, 교육과 정보를 통한 출산 및 성 관련 예방행동의 계몽, 모든 연령,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개인들에 대한 적절한 예방 등이다.

최근 칠레 보건부는 지난해 2월부터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법안 서명을 받아 공식적으로 14세 이상의 여성들이 부모 동의 없이도 공공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사후응급 피임약을 제공받을 수 있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는 가톨릭 전통이 강한 국가인 칠레에서 많은 보수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매우 획기적인 정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10대 여성의 원치 않는 임신이 1년에 약 4만건에 이르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2003년부터 기회평등계획을 위한 장관위원회가 창설되어 기회평등의 범주에서 정부를 통해 발전시킬 기본적인 측면들로서 여성과 노동 원칙을 수립하였다. 이를 통해 여성과 노동 주제에 대한 정부 부처 총괄기구가 형성되었고, 이를 통해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행동들을 각 장관들이 이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으로는 남성육아법을 통해 노동시장에 여성들의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적인 육아체계로 개혁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행동들은 특히 빈곤여성들이 많이 활동하는 수산업, 상업, 중소기업, 그리고 계절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에 초점을 두었다. 이러한 전략들은 기본적으로 노동부문에서 젠더를 초점으로 하여 지식의 창출, 공공조직과 민간부문간의 조정, 소기업의 역량 강화, 노동법 시행 홍보, 노동조합 및 생산조합의 홍보, 노동조건 및 노동역량 강화, 육아프로그램, 전국농촌회의 등에서 적용하도록 하였다. 육아 부문에서는 JUNJI(국가유치원위원회)와 Integra가 관장하는 체계화된 수료 메커니즘을 새로이 구상해 3개월부터 4년11개월까지의 유아들을 양육할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미첼 바첼레트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노동조건 향상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07년에는 국가 중앙행정부를 위한 비차별 및 권장노동 수칙을 마련하여 차별적 행위를 근절하고 남성과 여성간의 기회평등을 보장하며, 가족간의 책임 및 노동분담, 급여, 승진, 채용 등의 과정에서 차별을 방지하도록 했다. 이를 민간부문에도 적용하기 위해 1단계로 40개의 공공 및 민간기업에서 이러한 양성간의 격차와 관련한 차별을 밝히기로 하고, 점차 이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모성보호를 위한 입법도 추진되었다. 이를 통해서는 2세 미만의 유아가 있는 여성노동자에게 회사의 규모와 관련 없이 1시간씩의 수유시간을 보장하도록 하였다.

정부 정책의 성 주류화 전략

칠레 정부는 2000년 이후 공공부문에서 젠더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성 주류화를 강화하기 위해 정부 내 각 부처의 기회평등 약속을 받아내고 젠더 프로그램에 대한 초점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특히 ‘기회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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