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 우리나라 여성 경제활동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고용률이 의무교육 이수자보다 더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외국인들이 볼 때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며, 경제학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그러하다. 출산뿐 아니라 육아의 부담이 거의 전적으로 여성들에게 놓여 있다. 육아기뿐 아니라 초·중·고 시절 내내 자녀교육에 거의 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가질 수밖에 없는, 순수하게 자발적이라고 하기 어려운 선택의 결과다.
얼마 전 노동연구원에서 ‘사교육이 여성 노동공급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를 한 적이 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정도는 아니었으나 사교육비 지출이 클수록 여성의 노동공급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편의 소득을 기준으로 그룹을 나누어 분석해보았을 때 남편 소득이 높은 그룹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클수록 여성의 노동공급이 줄어드는 소득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정부에서는 여성들이 경력단절을 방지하려고 많은 정책들을 만들고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의 부담을 사회화하고자 고용보험기금에서 금년에만 해도 2000억원이 넘는 재원을 지출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여성근로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노동부에 제기되는 민원들을 보면 출산에 임박해 고용의 불안을 느낀다든지, 산전후휴가를 온전히 받지 못한다고 하는 사연들이 많다. 제도 홍보와 사업장 지도·감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여성근로자들이 당당하게 산전후휴가를 받고, 직장에 복귀하고, 필요할 경우 육아휴직도 당당하게 쓸 수 있게 되려면 아직 먼 길이 남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차원의 보육 지원도 전 영유아에 대한 보편적 서비스로만 접근되다보니 현재 저소득층 지원에만 머물고 있어 정작 보육서비스에 대한 실질적 수요자인 일하는 여성들은 국가 보육지원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일하는 여성들 미래에 대해 그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우리 여성들의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은 육체적·정신적으로 정말 강하다. 여기에서 언급할 내용은 아닐지 모르지만 얼마 전 기술표준원에서 발표한 대로 여성 중에서 30∼40대 여성이 가장 근력이 높다고 하지 않았던가? 특히 최근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여성인력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젊은 남성들은 맞벌이를 선호하고 있고 육아부담도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최근 여성들의 경력단절 방지와 아울러 출산·육아 등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지원에 정책의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두고, 관련 인프라와 예산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항상 변화하는 역동적인 사회다. 여성들에게 지워져 있던 출산과 육아의 부담을 사회가 함께 짊어지고 나갈 때 무수히 많은 알파걸들이 알파우먼, 알파엄마로 변신하여 우리나라 기업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