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부터 21세기까지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중세시대부터 21세기까지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
  • 김나령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8.01.04 11:07
  • 수정 2008-01-04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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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의식, 관습의 부조리 시대별로 어떻게 변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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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부터 현재까지 여성의 삶과 인식을 바꾸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책 50권을 선정, 소개한 책이 나왔다. 미국의 여성작가 데보라 G 펠터가 쓴 ‘여성의 삶을 바꾼 책 50권’이 그것. 이 책은 최초로 여성 전업작가가 등장한 중세부터 ‘인형의 집’ 등 여성의 자의식과 관습의 부조리를 다룬 작품들이 쏟아진 19세기 초반, 페미니즘 운동이 거셌던 1960~70년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별로 관련 책을 묶고 소개했다.

중세 시대 여성의식 발로

최초 여성 전업작가 탄생

유럽 중세시대(서기 500년~15세기)는 이브가 원죄를 저질렀다는 ‘창세기’ 구절에 따라 여성에 대한 공포와 불신이 드높던 시기였다. 이런 견해는 문학에도 그대로 반영돼 중세의 문학작품에는 여성이 불안정하며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묘사됐다.

크리스틴 드 피장은 당시 문학을 지배하던 여성 혐오사상에 과감히 맞서고 나선 최초의 전업 여성작가였다. 그는 프랑스의 첫 여성문학가로 시, 전기, 여성을 위한 예절서 등을 주로 썼으며, 특히 ‘숙녀들의 도시’를 통해 여성들을 적극 변호했다. 작품 속에서 저자는 남자들은 왜 하나같이 여자들이 사악하다는 시각에 동의하는지 알 수 없다고 눈물 흘린다.

이 책은 전통적이고 수동적인 여성의 특징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훗날 여성운동 문헌인지 아닌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 초창기 여성 문학작품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이밖에도 11세기 일본 궁정의 여성이었던 무라사키 시키부가 쓴 ‘겐지이야기’,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 마담 드 라파예트가 쓴 ‘클레브 공작부인’, 미국 독립선언문과 노예해방에 영향을 끼친 여성운동 선언서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의 권리옹호’ 등이 18세기까지 여성의 삶에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꼽혔다.

노라, 보바리 부인 등

소설 속 문제적 여성 등장

소설이 서구문학의 주요 장르가 되는 19세기가 되면서 여성에 관한, 여성에 의한 소설들이 대거 등장했다.

나다니엘 호손의 ‘주홍글씨’,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토머스 하디의 ‘테스’ 등 남성작가들에 의해 가부장사회 속에서 전통을 깨트린 여성들의 자의식이 탐구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1879년)이 당대 사회에 미친 파장은 독보적이었다. 이 희곡이 출간되자 유럽은 충격에 휩싸였다. 인형처럼 아내와 엄마로서 순종적인 삶을 살아온 노라가 자아를 찾기 위해 가정을 떠나는 장면은 두고두고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당사자에 의한 목소리도 커졌다. 19세기 제인 오스틴은 ‘엠마’를 통해, 샬롯 브론테는 ‘제인 에어’를 통해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냈다. 이밖에도 19세기에서 20세기로 바뀌며 버지니아 울프, 샬럿 퍼킨스 길먼, 케이트 쇼팬, 콜레트, 이디스 워튼 등 여성작가들이 남성지배적인 세계관에 도전장을 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여성의 독립, 자율성, 예술적 재능에 관한 강력한 선언문으로 여성해방운동의 문학적 비판서로 성공을 거둔 첫 작품으로 꼽힌다.

페미니즘 제2의 물결

‘여성의 신비’ 등 명저 쏟아져

1960~70년대는 여성해방운동이 본격화되며 페미니즘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쏟아졌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을 필두로 많은 문제작들이 나왔다.

여성운동가들의 역사를 고찰한 엘리너 플렉스너의 ‘투쟁의 세기’, 20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의 대표소설 ‘황금노트북’, 한 여인의 신경쇠약을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고찰한 실비아 플라스의 ‘벨자’, 제인 에어를 다른 각도에서 고찰한 진 리이스의 ‘넓은 사르가소 바다’, 여성운동가들의 강령·비평 및 선언문 등을 모은 로빈 모건의 ‘자매애는 강하다’, 여성해방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소설 주디스 로스너의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 틸리 올슨의 ‘침묵’ 등이 이 시기에 나온 작품이다.

특히, 이 시대에는 페미니즘의 3대 고전 텍스트로 꼽히는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 저메인 그리어의 ‘거세된 여자’가 나왔다. ‘여성의 신비’는 미국 중산층 가정을 ‘여성의 안락한 포로수용소’라고 고발하며 실질적 성평등을 위해서는 여성이 남편과 육아에서 해방돼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성의 정치학’은 성혁명이 성공하려면 여성들의 완전한 경제적 독립과 함께 전통적 가족구조의 재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거세된 여자’는 기존 페미니즘과 성역할의 통설에 대한 전통적 견해에 도전했다. 저자 저메인 그리어는 “우리의 진정한 여성 인격을 거세한 것은 남성이 아니라 수동성을 본질로 여기는 여성의 정체성”이라며 “여성이 뛰어난 자발성과 욕구를 일으켜야 여성의 거세라는 속박을 깰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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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페미니즘 시대

자기비판서도

80년대에 들어서는 여성들이 여성해방운동을 통해 얻은 평등의 결과물을 놓고 재평가하고 반성하는 작업이 활발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에서 오는 부담감, 슈퍼우먼 신드롬 등으로 괴로움을 느끼는 현대여성의 모습을 포착한 책이 나왔다.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 스스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캐시 하나워의 ‘집안의 암캐’, 나오미 울프의 ‘미의 신화’, 수잔 팔루디의 ‘반동’, 안젤라 데이비스의 ‘여성, 인종, 그리고 계급’,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 등이 있다.

그런가 하면 여성으로서의 자립심을 추구하면서도 남성에게 전부이고 싶은 독신여성의 욕망을 잘 그려낸 헬렌 필딩의 소설 ‘브리짓 존스의 일기’도 현대여성들에게 각광받았다.

이 책은 영미작품만 중점적으로 다룬 데다가 이론서와 소설에만 편중됐다. 소개된 책들이 당대 여성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50권의 책들은 여성운동의 고전 격으로 페미니즘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독자들을 위해 ‘주목할 만한 책’ 50권 리스트도 첨부됐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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