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소시민들의 따뜻하고 유쾌한 소통

어느 겨울 날 허름한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스물다섯살의 교사 ‘유화이’의 집에 도둑 ‘장덕배’가 찾아온다. 들어오자마자 집주인을 제압하기보다 “왜 문을 안잠그고 자서 열린 문을 따느라고 고생하게 만드느냐”며 따지기부터 하는 엉뚱한 도둑의 모습에 관객들의 웃음보따리가 터지기 시작한다.

서울 대학로와 충무로를 오가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고하게 다지고 있는 장진 감독이 3년 만에 대학로로 돌아온 연극 ‘서툰 사람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공연장 앞에서는 대기표를 받고 보조석을 구하려는 관객들이 줄을 서고, 100분간의 공연 내내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둑과 침입당한 집주인이라는 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두 사람이 만나 소통해가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집주인의 손목을 묶으면서도 “여자 손목에 자국이 남으면 안된다”며 걱정하고, 속옷 서랍을 열었을 때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소심한 도둑, 그리고 도둑에게 오히려 훈계를 늘어놓고 티격태격하며 숨겨둔 비상금까지 챙겨주는 겁 없고 착한 집주인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간다.

이 연극은 작은 연극의 깔끔한, 군더더기 없는 캐릭터 등 소극장 연극이라는 한정된 무대와 장르를 최대한 이용한다. 여기에 장진 감독의 특기인 기발한 상황 전환과 재치있는 대사, 배우들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력이 더해져 유쾌한 코믹극으로 탄생했다. 사회적인 메시지도 놓치지 않는다.

‘서툰 사람들’은 배우 조재현이 총기획을 맡은 연극 축제 ‘연극열전2’의 첫작품이다. ‘연극열전’은 2004년 연극이라는 장르의 무거움을 탈피하고 대중적인 흥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첫선을 보였던 연극인들의 축제다.

3월2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극본·연출 장진/ 출연 류승룡, 강성진, 장영남, 한채영, 김원해, 이상훈/ 문의 (02)766-6007

■ 금주의 추천작

영화 ‘칼라스 포에버’     20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로 꼽히는 ‘디바’ 마리아 칼라스의 삶과 사랑, 예술세계를 조명한 영화. 여생을 은둔하며 지내려는 마리아 칼라스와 현대 과학기술로 그의 전성기 목소리를 되살려 오페라 영화를 제작하려는 공연기획자의 가상극을 그렸다.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 주연 화니 아르당, 제레미 아이언스/ 12세 관람가

전시 ‘어머니와 딸’展     한국과 일본 작가 5명이 사진과 영상, 설치미술, 행위예술 등 다양한 장르로 여성의 의미를 탐색한 전시회. 일본 작가 스나야마 노리코의 설치작품 ‘숨막히는 세상’, 한국 작가 정소연의 비디오 작품 ‘아나로그 복제에 의한 이미지 변조, 숨’ 등. 13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문의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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