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작가 하차연
설치작가 하차연
  • 정필주 객원기자 myvirtual@paran.com
  • 승인 2008.01.04 10:54
  • 수정 2008-01-04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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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비닐봉지에 생명 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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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작품 ‘분리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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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쩌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비닐봉지로 이런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까?” 20년이 넘도록 비닐봉지로 작업을 해온 하차연(47) 작가가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평이다.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그는 “프랑스는 비닐봉지 천국이에요. 색다른 비닐봉지를 구할 때마다 제 팔레트가 다양해지지요”라고 말한다. 비닐봉지는 그 크기, 투명도, 색상에 따라 각기 다른 문화와 국가를 반영하는데, 동양이나 중동은 유독 검은 비닐봉지가 많지만 유럽에선 극히 보기 드물다는 것이다.

비닐봉지는 미술재료 치고 쉽게 구할 수 있고 재료비 걱정이 없는 경제적인 재료지만 그가 비닐봉지로 작업하는 것은 단순히 구하기 쉽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려한 것보다는 버려진 것, 후진 것, 손이 가야 할 것에 체질적으로 끌린다”고 말하는 그는 일상생활 중에 비닐봉지를 수집해 작품에 사용하며 특별히 재단하거나 염색하지 않는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듯 주어진 비닐봉지의 원래 모습으로 최상의 표현을 구하기 때문이란다.

그의 최신작 ‘분리수거’(2007년)는 프랑스 도심지 10곳에 설치한 작품 중 하나로 2007년 멜르 현대 아트 비엔날레에 출품됐다. 2개의 비닐봉지로 된 쓰레기통 중 하나는 설치작품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들이 실제로 쓰레기통으로 이용했다. 자칫 쓰레기통으로 착각할 수 있을 작품으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비닐봉지는 담는다는 의미를 지닌 다분히 여성적인 오브제입니다. 하지만 내 자신이 여성이라서 선택한 것만은 아니에요. 내 작업 속 비닐봉지들은 버려지거나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무소속 혹은 탈소속에 대한 상징입니다.”

‘떠돌아다니는 존재’에 애착을 보이는 그는 2002년 프랑스에 정착한 이후 생활 속에서 번번이 걸인, 노숙자, 불법체류자들과 부딪히면서 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2004년에는 지하철에서 소일하는 노숙자들이 쉴 수 있는 의자들을 설치하고 이것으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하차연 작가는 1987년 프랑스 정부의 독-불 청년작가 장학금으로 독일에서 수학하고, 2001년에는 독일 정부 장학금으로 프랑스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유럽에서 지낸 지 23년째지만 여전히 국적은 한국이다.

“원래의 내것을 소유하면서 두 나라의 많은 문화적 차이점을 소화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특별한 정체성이나 소속감을 강조하기보다는 그냥 한 지구인이라는 소속감이 훨씬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20년이 넘도록 비닐봉지로 작품활동을 한 때문에 그는 환경미술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환경미술가는 아니며 이런 특별한 호칭이 주는 불편한 소속감으로부터 해방되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그는 내년 중 프랑스의 미술대학과 시립 갤러리에서 후원을 받는 개인 프로젝트전을 구상 중이다. 



 

하차연 작가는



1989년 프랑스 님므(Nimes) 미술대학, 91년 독일 브라운쉬바이크(Braunschweig) 미술대학 조형미술실기 및 94년 동 대학원에서 이론과정 석사학위 취득. 수상 경력으로 92년 독일 본(Bonn) 예술기금 수여, 99년 독일 니더작센주 ‘예술작가상’ 수상, 2001년 독일 정부 프랑스 파리 시테 데아르 아틀리에 체류예술진흥작가 선정 등이 있다. 단체전 2005년 ‘이시 비엔날레전’, 2004년 ‘FIAC 2004 화랑제전’, 개인전 2006년 ‘파리 산책’ 등을 열었다.



추천인의 말



작가 하차연은 도시 속에 버림받은 자의 한가지밖에 가능하지 않은 방법의 여행인 ‘정처없이 거님’을 통해서 움직임(충동)을 느낀다. 그녀는 또한 상품들의 최종 포장지인 비닐봉지를 발견한다. 비닐봉지는 그녀의 마지막 옷가지로 포장지의 그것 이상이거나 또는 그 이하이다. 그것은 색깔일 뿐 아무것도 아닌 듯하다. 그러나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에게는 그것이 전부이기도 하다.   [브뤼노 마통(Bruno Mathon) /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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