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 중인 프랑스 우체국
‘자살 시도’ 중인 프랑스 우체국
  • 한경미 / 번역가, 자유기고가, 통신원
  • 승인 2008.01.04 10:52
  • 수정 2008-01-04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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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지방의 한 우체국.
프랑스 지방의 한 우체국.
연말을 맞은 토요일 오전, 파리 시내의 한 우체국 안. 팔에 하나 가득 친지들에게 보낼 선물꾸러미를 들고 길게 줄을 선 인파 속에 필자도 서있었다. 등기우편물을 찾으러 온 필자는 평소보다 더 붐비는 인파를 보고 긴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보아하니 족히 20~30분은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다.

프랑스 우체국이 제대로만 돌아간다면 여기 이렇게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될 상황이어서 필자는 은근히 화가 나 있었다. 어제 오전에 분명히 집에 있었는데도 배달부가 직접 배달해주도록 되어 있는 등기서류를 배달하지 않고 우편함에 통보서만 달랑 집어넣고 가버린 것이다. 마침 새록새록 들어오는 인파의 교통정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 보였다. 그에게 화풀이를 해보기로 했다.

“아저씨, 어떻게 된 게 요새는 우체부가 등기서류를 직접 전달해주지 않고 있네요? 이렇게 통보서만 달랑 남기고 가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그러면서 나는 부재란이 체크 되어 있는 쪽지를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는 쪽지는 쳐다보지도 않고

“마담, 그건 제 소관이 아닙니다. 우편물 배급소에 건의해보세요.”

한 마디 하더니 바로 등을 돌리는 게 아닌가? 마침 내 앞에 서있던 60대 초반의 마담이 나를 뒤돌아보며 하는 말,

“저 양반 말처럼 배급소에 건의편지를 내보세요. 나도 수시로 그런 일을 당해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우.”

“그래서 달라진 게 있었나요?”

“뭔가 확실히 달라진 건 없지만 자체 내에서 문제의 배달부를 찾아 훈계하는 조치가 있지 않을까요?”라고 되묻는다.

글쎄, 과연 그럴까? 프랑스의 우체국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이 마담 역시 등기서류 찾으러 오라는 통보서를 받았는데 명시된 우체국이 자기 집 관할 우체국이 아닌 더 먼 곳에 있는 다른 우체국으로 되어 있었다. 배달부의 실수라고 생각한 마담은 일단 자기 관할 우체국으로 왔다. 20분간 줄을 서 기다려 통보서를 보여주었더니 우편물을 찾으러 갔던 직원이 잠시 후에 빈손으로 되돌아오며 하는 말은 “여기 적힌 우체국으로 가셔야겠네요. 저희 우체국에 보관되어 있지 않아요”였다.

결국 마담은 20분 동안 시간 낭비만 하고 다른 우체국으로 발을 돌려야 했다. 자기 구역 주민들의 관할 우체국이 어딘지도 모르는 배달부의 실수로 인한 것이었다.

우리 옆줄에 서있던 50대 중반 아저씨의 경우는 정반대였다. 분명히 지금 이 우체국으로 우편물을 찾으러 오라고 적혀 있는데 직원이 여기가 아니고 옆의 다른 우체국에 있으니 그리로 가보라는 것이 아닌가? 역시 20분을 헛되이 기다렸던 이 아저씨, 화도 내지 않고 ‘Merci’라는 말까지 친절히 하고는 자리를 뜬다.

아까부터 옆줄에 서서 직원과 오랫동안 뭔가를 얘기하고 있던 20대 중반의 마드모아젤이 당한 사연은 이랬다. 소포 2개를 찾으러 오라는 통보서를 받고 왔는데 소포 하나가 행방불명이 되어 우체국 직원이 사방팔방으로 찾고 있는 중이란다. 결국 30분을 기다렸어도 실종된 소포는 나타나지 않아 찾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는 직원의 말을 뒤로 하고 돌아서야 했다.

아까부터 필자가 선 줄의 맨 앞에서 뭔가 가득 적힌 리스트를 들고 우체국 직원과 속삭이던 젊은 커플. 사업 파트너가 보낸 10여개 소포의 행방을 묻고 있는 중이란다. 내 뒤에서 이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젊은 여자가 끼어든다.

“이 근처 일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소포가 도착해도 통보서가 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랍니다. 나도 그런 일을 많이 당하고 있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인데 직접 우체국에 와서 찾지 않는 한 소포가 왔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누군가가 보낸 소포를 배달은 물론 와서 찾아가라는 통보서도 보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알리지 않고 소포를 보냈다면 영 받을 길이 없다는 얘기다.

이런 어이없는 말을 듣고도 젊은 남자는 놀라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한마디한다.

“지금 우리 우체국이 자살 시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많은 인원에게 동시에 문제가 일어날 수 없다. 공공기관인 프랑스 우체국은 현재 수익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사립화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우체국 업무보다 돈이 되는 은행 업무에 점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우체국은 일부러 자질이 낮은 인원을 비고용직으로 새로 고용한다든지, 배달부를 수시로 바꾸어 일의 능률을 저하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스스로 자살을 시도하고 있다. 프랑스에 살면서 우체국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저임금과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일하는 우체부 비고용 직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자기 살 길을 도모하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귀중한 상품이 들어있을 듯해 보이는 소포를 가로채는 것이다. 이건 필자도 당한 일인데 한 1년 전에 비싼 주스 믹서기를 하나 주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보냈다는 물건이 한달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아 추적한 결과 소포물이 우체국에서 사라진 걸 발견했다. 주문처에서는 하는 수 없이 물건을 다시 보내줘야 했는데 차후에 우체국에서 배상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만 나중에 들었다.

인구가 적은 시골에서는 문 닫는 우체국 수가 하나 둘 늘어가고 있다. 대신 일반 상점 한 구석에서 우체국 서비스를 담당할 계획이라고 한다.

어제 TV 뉴스에서는 더 한심한 소식이 들렸다. 파리 근교에 사는 한 노인이 그림엽서를 한장 받았는데 조카딸이 18년 전 여름에 대서양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면서 보냈던 엽서였다. 그림엽서가 18년 만에 배달되었다는 얘긴데 당시 8살이던 조카딸은 지금 26살의 성인이 되었고 엽서 내용에 등장한 조카딸의 개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 18년 만에 도착하는 우편물, 이것이 현재 프랑스 우체국의 시스템이다.

프랑스 우체국의 자살 이유는 신자본주의 이론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이윤이 나지 않는 우체국 업무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공공서비스는 이제 먼 나라의 얘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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