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가 한경혜 첫 장편 -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작사가 한경혜 첫 장편 -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
  • 채혜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7.12.28 12:20
  • 수정 2007-12-28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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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되찾았다"

 

“나는 나날이 오래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삶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익숙해지지 않는다. 아직도 치기 어린 감상에 젖어 있다. 살아있는 동안 나는 여자다. 엄마로서의 나보다 여자로서의 내가 우월하다. 그러므로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감상을 누릴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소설 ‘엄마에겐 남자가 필요해’(랜덤하우스)의 주인공인 마흔살의 여자 정완은 이혼 후에도 몇몇 남자와 연애를 하고 때론 사랑을 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하며 아들과 함께 사는 정완은 스스로를 이혼녀라고 칭하지 않는다. 아들을 룸메이트로 여기는 싱글이다. 아들 태극은 엄마의 연애 코치 노릇까지 할 정도로 ‘엄마의 사랑’을 응원하고 지지해준다.

이 작품은 자타가 공인한 대한민국 대표 작사가인 한경혜씨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8년 전 겪었던 이혼이라는 뼈아픈 경험이 묻어나는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경험이 직접적으로 서술돼 있지는 않지만, 이혼녀는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라는 그의 생각이 소설 곳곳에 묻어난다.  

“다양한 영역에서 ‘이혼녀’를 다룰 때, 여자로서의 역할은 실종된 채 억척스럽게 엄마 역할만 수행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쓰게 됐어요. 언젠가 다시 연애를 하게 될 때 9살 된 제 아들이 이 엄마의 연애를 유쾌하게 받아들여주길 바라면서요.”

한경혜 작가는 이혼 뒤 깊은 절망상태에 빠져 있었고 매일 우울했었다고 고백한다. 계절은 여름이었으나 추웠으며, 처음부터 결혼 같은 건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자신을 탓했다. 한동안은 이혼녀란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아려왔다. 쉼없이 많은 곡들에 가사를 붙였지만 더 많은 사람과 소통을 하고 싶었단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고.

그래서 그는 소설을 택했다. 2004년 단편소설 ‘비행’으로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했다. 지난해에는 가사와 소설을 교합한 단행본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를 펴냈다. 이번 소설에는 처음으로 ‘나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내 마음의 주소를 풀어낸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출간하고 나니 못다한 숙제를 푼 기분이다.  

마흔을 넘긴 한경혜 작가는 이제 끌어안고 있던 상실감을 많이 내려놓았다.

그는 이제 누군가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내 삶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누군가가 있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그는 소설 마지막에 이렇게 썼다.

“사랑이 끝났을 뿐 삶이 끝난 게 아니다. 그러므로 난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벅차게 견디며 다음을 기다릴 것이다. 나는 아직 마흔살이다. 사십대를 온전히 살아내려면 9년 5개월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남아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몇번의 사랑을 더 하게 될 것이다. 그 사랑은 아마도 이별을 생산해낼 것이다. 몇번의 이별을 치르는 동안 나는 나이 오십에 당도하게 될 것이다. 거기서가 끝이 아니다. 오십엔 오십의 사랑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웃자란 아들에게 말할 것이다. 엄마에겐 사내가 필요하다고. 사랑하는 동안 삶은 날것으로 펄떡이지 않더냐고.”

한씨는 1994년 드라마 ‘종합병원’의 주제가인 ‘혼자만의 사랑’으로 작사가의 길에 들어섰다. 97년 ‘아름다운 구속’으로 SBS 최고 작사가상을, 2001년 ‘벌써 일년’으로 SBS 최고 작사가상과 서울가요제 올해의 작사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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